박정훈, SBS 지배구조 개선 이끌어 수익유출 논란 끝내

▲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이 20일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이 SBS 지배구조를 개선해 10년째 이어져 온 수익 유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박 사장은 국내 방송사 최초로 구성원의 임명동의를 받은 사장이다.

22일 SBS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사장이 노조의 수직계열화 요구를 수용하면서 SBS미디어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진일보를 이루게 됐다.

21일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콘텐츠허브 보유지분 전량을 SBS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BS콘텐츠허브는 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에서 제외돼 SBS 아래에 편입됐다. 2008년 SBS미디어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10여 년 만이다.

이번 지분 거래는 SBS 노사와 대주주 사이 3자 합의에 따른 것이다.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박정훈 SBS 사장,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20일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2017년 10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협약 형태로 구성됐다.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되 SBS 자산과 현금의 순유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노사 참여위원회와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겼다.

SBS 노사와 대주주는 수직계열화 대상과 방법, 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합의했으나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SBS 노조는 “이번 합의는 SBS 수익 유출 통로와 구조를 영구적이고 완결적으로 청산하는 것”이라며 “노와 사, 대주주 사이 10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주회사체제에서 SBS콘텐츠허브 등 자회사가 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로 있으면서 SBS의 이익이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BS콘텐츠허브가 콘텐츠 유통으로 번 돈이 SBS가 아닌 SBS미디어홀딩스에 더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윤창현 본부장은 11일부터 합의를 종용하며 SBS방송센터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하기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농성도 종료됐다.

이번 합의로 노조의 요구가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노조는 애초 SBS미디어홀딩스와 SBS를 합병해 지주회사체제를 완전히 해체할 것까지 요구했으나 SBS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8년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SBS의 수익 유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또 노사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박 사장이 추진해 온 드라마사업부의 별도법인 분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 설명회에서 상반기 안에 드라마 스튜디오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추진이 쉽지 않았다. 드라마사업부가 분사하면 SBS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드라마사업부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5천억 원으로 예상하며 “분사 이후 SBS의 이론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훈 사장은 2016년 12월 SBS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이 취임한 이듬해 9월 SBS에서 그룹 총수인 윤세영 회장의 보도지침과 방송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윤 회장이 사임하고 2017년 10월 SBS 노사가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수직계열화 등 방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SBS 노조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사장과 본부장에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임명동의 투표에서 구성원 88%의 동의를 받아 재신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은 노조와 사업구조 정상화, 방송 독립과 자율성 강화 등의 방안을 놓고 공개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구성원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박 사장과 노조의 관계가 원만하게 흐르지만은 않았다. 

2018년 11월 SBS노조는 노보를 통해 “지난 1년 박정훈 사장체제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 11월부터 3년간 SBS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며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반전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직계열화 협상까지 지지부진하면서 노조의 농성사태까지 벌어졌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은 농성 장기화를 막고 1년여의 협상에 마침표를 찍는데 성공했다.

박 사장은 1961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방송(MBC)에 입사했다. 1991년 SBS로 옮긴 뒤 제작본부 부장, 편성기획팀장, 예능총괄, 편성실장, 제작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공동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