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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녀' GM의 강철천장을 뚫다

주은아 기자 orchidjoo@businesspost.co.kr 2013-12-18 15: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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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소녀' GM의 강철천장을 뚫다  
▲ 메리 바라 GM 차기 CEO

1971년, 열 살 소녀가 빨간색 쉐비 카마로 컨버터블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촌이 몰고 온 60년대 후반 모델이었다. “그건 정말이지 아름다운, 아름다운 차였어요.”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개발 겸 구매 및 공급망 담당 부사장(51)이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와, 저거 멋진데’ 라고 생각한 차였죠.”
 
그 소녀가 지난 12월 10일, 제너럴 모터스의 차기 CEO로 선임됐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파워 우먼 35위에 빛나는 메리 바라 부사장이다. 남성 중심적이기로 유명한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이 말단 직원으로부터 최고 경영자까지 올라가는 샐러리맨 신화를 달성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포춘지는 이번 바라의 선임을 두고 그녀가 유리 천장보다 더 뚫기 어려운 강철 천장(steel ceiling)을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바라는 여러 모로 이정표적인 존재다. 디트로이트 빅3 중 최초의 여성 CEO이자, 2009년 GM의 챕터 11 신청 이후 첫 내부인사 CEO이며, 1992년 밥 스템펠이 GM을 떠난 이후 첫 엔지니어 출신의 CEO이다. 
 
◆‘GM녀’ 메리 바라 "혈관에 가솔린이 흐르다"

GM은 바라 부사장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지는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바라를 “혈관에 가솔린이 흐르는 여자”라고 불렀다. 그녀의 아버지는 폰티악 공장에서 금형 제작공으로 39년을 근속했다.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었던 바라는 등록금을 아끼면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흔히들 GM 사관학교라고 부르는 케터링 대학교(당시의 GM인스티튜트)를 택했다.
 
  '자동차 소녀' GM의 강철천장을 뚫다  
▲ 산학협력학생으로 공부와 현장근무를 병행했던 바라가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다.
바라는 산학협력학생으로 공부와 근무를 병행했다. 18세 때 그녀가 맡은 업무는 폰티악 그랑프리 모델의 후드와 펜더 패널을 검수하는 일이었다. 바라 부사장은 당시 결함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GM의 품질 면에서 좋은 때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바라가 품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바라 부사장은 ‘GM맨’의 코스를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갔다. 1985년 졸업 후 그녀는 폰티악 피에로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GM은 공장 매니저로 차근차근 성장하던 그녀를 눈여겨보았고, 스탠포드에서 MBA를 취득하도록 지원했다. 학위 취득 후 그녀는 잭 스미스 전 GM CEO의 비서로 발탁됐다.

잭 스미스의 곁에서 바라는 GM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길렀다. 90년대의 GM 노조 파업 직후 그녀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을 맡았다. GM의 현 CEO 댄 애커슨은 “그녀는 80년대와 90년대에 (GM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보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바라는 그 후 제조, 개발 등 엔지니어링 분야를 거치며 GM의 차량 생산을 감독했다. 
 
◆거침없는 추진력 "속도를 내야 한다"

바라 부사장은 불필요한 절차 간소화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 왔다. 제조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그녀는 GM의 소형차 엔진 3개 라인을 1개로 압축하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하며 더 연비가 좋은 엔진을 도입하기 위해 4년씩이나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댄 애커슨은 당시 바라의 주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우린 이 일에 속도를 내야 해요. 지금 당장 이걸 해야 합니다, 라고 하더군요. 다음 몇 해간의 자본 개발 플랜에 그녀가 멍키스패너를 집어던진 거죠.” 그러나 바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애커슨은 그녀의 계획을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바라의 판단이 옳았다. “(새 엔진의) 구현 일정을 3년이나 앞당겼고, 우린 1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었죠.” 바라가 말했다.

제품개발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바라는 차량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임원의 수를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글로벌 아키텍처를 도입해 GM의 자동차 생산 공정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바라는 GM이 생산하는 차량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한다. 테스트 트랙에서 신형 모델을 직접 몰고 있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기도 했다. 타 회사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의지 또한 잘 알려져 있다. GM 내부 관계자는 그녀가 종종 아침 6시부터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곤 한다고 말했다.

“우린 이 분야에 참여하려고 모델을 개발하는 게 아닙니다. 우린 이 분야에서 이기려고 개발을 하는 겁니다.” 최근 한 내부 회의에서 바라 부사장이 한 발언이다. 미국의 일간지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업계는 마음 약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매우 경쟁력 있는 제조사들이 있기에 아주 경쟁적인 분야죠.”라는 말로 자동차 업계를 설명했다.
 
  '자동차 소녀' GM의 강철천장을 뚫다  
▲ 새 CEO로 지명된 바라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좌측부터 스티브 거스키 부회장, 댄 애커슨 현 CEO, 댄 앰먼 CFO, 마크 로이스 북미 사장.
◆약속된 CEO의 길 "진짜 결과를 내놓으면 되죠"

2011년 2월, 자동차 업계는 이미 한 번 흥분에 휩싸였었다. 메리 바라가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였다. 지금까지 빅3에 여성 임원은 간간이 등장했지만, 여성이 홍보나 마케팅, 재무 등의 분야가 아니라 자동차 회사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제품 개발 분야의 총책임자가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라의 약진은 예정되어 있었다. 2009년 GM은 챕터 11을 신청했다. 같은 해에 바라는 글로벌 인적자원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GM을 살리기 위한 단호한 구조조정이 그녀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2011년, 전 세계 GM 자동차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에 바라는 성별에 대한 쑥덕거림을 일축해 버렸다. “진짜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거죠.” 그녀는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개가 숙제를 먹어버렸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왜냐면 고객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진짜 결과’를 내놓았다. GM의 성공작인 뉴 캐딜락 ATS, CTS, 2014 쉐보레 임팔라, 7세대 쉐보레 콜벳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댄 애커슨이 그녀에게 구매 및 공급망 담당의 지위를 주었을 때 GM 내부 관계자들은 바라의 다음 행보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저 시기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리고 2014년 1월, 바라는 드디어 GM의 운전대를 잡는다. 폰티악 피에로 공장에서 자동차 후드를 들여다보던 소녀가 마침내 GM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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