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8-08 15:10:45
확대축소
공유하기
세진중공업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 회복에 힘입어 올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진중공업은 울산에 20만 평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조선기자재회사다.
▲ 가백현 세진중공업 대표이사.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 “세진중공업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의 선박 수주 및 건조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진중공업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60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2017년보다 매출은 10.2% 줄어들지만 영업이익은 35.2% 증가하는 것이다.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의 수주 부진 등으로 지난해에는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해 마침내 불황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주요 고객사로 삼고 있어 이들의 선박 수주가 회복되면 실적 회복의 기회를 잡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신규 수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7월24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상선부문 신규 수주가 현대중공업 32억 달러, 현대미포조선이 12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상선부문 수주목표의 47%, 40%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5~6월 신규수주 속도가 더뎠지만 7월부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대상선과 글로벌 선사 CMACGM으로부터 수주하기로 되어 있는 컨테이너선 물량이 있는데다 현대미포조선도 소형 컨테이너선과 중형 유조선 중심으로 수주를 잘 하고 있다”며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진중공업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주로 공급하는 품목은 데크하우스와 LPG(액화석유가스)탱크다.
데크하우스는 선박에 상주하는 선원들의 생활 및 업무공간으로 쓰이는 갑판실을, LPG탱크는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를 운반하는 LPG운반선에 장착되는 부품을 말한다.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데크하우스 30%와 LPG탱크 100%, 현대미포조선의 데크하우스와 LPG탱크를 모두 공급하고 있다.
세진중공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현대중공업 비중은 39.3%, 현대미포조선 비중은 54.5%에 이른다.
세진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을 견디고 살아 남은 몇 안되는 조선기자재 회사가운데 한 곳이다.
주요 거래처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접안시설까지 해상으로 9km 거리에 있어 운송비를 아낄 수 있으므로 다른 선박 기자재회사보다 납기가 빠르고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라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에 합병되거나 사실상 영업활동이 중단된 다른 회사와 달리 불황기에도 안정적 생산활동을 하고 있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발주하는 외주 물량 상당부분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LPG운반선 수주를 확대하는 데 덕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글로벌 LPG운반선 시장에서 탄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 이렇게 되면 세진중공업이 수주하는 LPG탱크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LPG탱크는 데크하우스보다 제품 공급금액은 적지만 수익성은 더 좋다”며 “LPG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 세진중공업의 실적 성장가능성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에서 미국산 LPG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라 올해 말까지 LPG운반선이 모두 60척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초대형 LPG운반선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과점하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중형 LPG운반선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발주된 LPG운반선 18척 가운데 중국이 중국 조선사에 발주한 것을 제외한 8척을 모두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