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근 전력수급 상황 및 향후 대응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정책 역시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어 전력 수급 상황을 지켜보는 백 장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백 장관은 25일 애초 제주도에서 예정돼 있던 한국표준협회 하계 CEO포럼 강연 일정을 취소하고 전력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속되는 무더위에 25일 최대 전력 수요가 24일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최대 전력 수요는 9248kW(킬로와트)까지 오르면서 예비율은 7.7%, 예비전력은 709만kW까지 떨어졌다. 안정적 예비율로 여겨지는 10%가 이틀 연속 무너졌고 예비전력이 전력 수급 위기경보 수준인 500만kW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백 장관도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
백 장관은 국민들에게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백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언론 브리핑을 열고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예비력은 충분하다”며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한 비상수단도 충분한 만큼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력 수급 상황이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정책과 관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탈원전을 하다 보니 수급에 차질이 생겨 원전 정비 일정을 조정해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에너지 전환정책은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야당을 비롯해 일부 언론이 현재 전력 수급 상황을 탈원전정책과 연결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공격하는 데 적극 대응한 셈이다.
백 장관의 해명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한 우려와 함께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체적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대책을 소상히 국민들께 밝혀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번 여름철 전력 수급 대응은 백 장관이 밑그림을 그린 에너지 전환정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이 조금이라도 삐끗한다면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4일 수요 감축 요청(DR)을 실시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많은 기업이 조업 막바지인 만큼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요 감축 요청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에너지 전환정책의 반대여론에 공격의 빌미를 최대한 제공하지 않으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감축 요청은 전력 수급 상황이 일정 수준보다 악화하면 미리 전력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전력 사용 감축을 요청하고 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최대 전력 수요가 목표치(8830만kW)를 넘어야 한다는 기존 조건에 예비력이 1천만kW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을 더해 시행 기준으로 높였고 기업에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하루 전 시행을 예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전력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올해 여름 들어 처음으로 수요 감축 요청을 예고했지만 24일 실제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겨울 예상보다 심한 한파에 따른 전력 사용 급증으로 수요 감축 요청을 수차례 실시했는데 당시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정책을 놓고 반대 여론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