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올해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현대건설의 매출과 신규수주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대외적 여건 악화로 비중이 감소했던 해외사업을 다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해외사업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29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박동욱 사장이 해외에서 새 일감으로 모두 12조2933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해외 신규수주 금액보다 82% 많은 일감을 따내겠다고 목표로 삼은 것이다.
올해 국내 신규수주 목표로 지난해 국내사업 수주금액(14조9602억 원)보다 22.4% 적은 11조6067억 원을 잡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해외 신규수주의 눈높이를 높인 것이다.
그동안 대형건설사의 먹거리로 부상했던 재건축시장이 정부의 규제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 대처하겠다는 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해외발주 증가 기대감으로 중동과 아시아 등에서 선택과 집중, 시장다변화 전략을 통해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과 현대건설 재무본부장을 역임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올해 초 현대건설 새 대표이사에 발탁될 때부터 안정적 사업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해외사업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을 두고 뜻밖의 행보라는 평가가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박 사장은 해외사업 매출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에서 매출 8조3215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인 7조2169억 원보다 15.3% 늘어난 수치다.
박 사장의 목표달성 가능성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해외 신규수주 확대를 놓고는 크게 어려운 목표치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해외 신규수주 목표의 90%를 경쟁력 우위에 있는 가스와 인프라 등 ‘전략사업’으로 채웠다”며 “유가상승으로 대부분 산유국의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수주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신규수주 주요 후보군(파이프라인)으로 싱가포르 테콩섬 매립공사(5천억 원)와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1조 원), 동남아시아 발전소 프로젝트 등을 꼽고 있다.
현대건설이 전통적으로 석유화학·정유플랜트 수주에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인프라와 발전 프로젝트에 강점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 사업들을 따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2015~2017년 3년 동안 연 평균 해외수주를 3조3천억 원가량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주요 후보군 가운데 대형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가스 플랜트의 수주 여부가 올해 목표달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매출의 확대 여부는 현대건설이 과거 수주했던 사업장의 매출화 속도에 따라 달린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힘들어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발전프로젝트를 사실상 마무리해 해외사업에서 단기적 매출공백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출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과거 수주했던 프로젝트에서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의 상황을 살펴볼 때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이 2014년, 2016년에 각각 수주한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즈 정유공장 고도화사업과 15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비료공장 건설사업은 발주처와 금융조달방안을 확정하지 못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