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반년 동안 공직생활에 익숙해졌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도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안정화한 만큼 2018년에는 재벌개혁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재벌의 자율개혁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재벌개혁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친족분리기업의 부당지원 감시를 강화했고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신고할 때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최대 20억 원까지 줄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시 법인뿐 아니라 실무자와 임원 등도 고발대상에 올릴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고발지침을 개정했고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고쳐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 관련 과징금과 기업의 반복적 공정거래법 위반 시 내야하는 과징금 규모를 크게 늘렸다.
김 위원장은 11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시작한 지 반년은 변화의 준비 기간이었다”며 “내년 상반기 중 5대 그룹의 변화와 관련해 국민들이 평가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대기업의 공익재단을 들여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1월 5대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새로 출범한 기업집단국이 앞으로 공익재단의 실태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알려줬고 공정위는 20일 실제로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에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 1월부터 공익재단이 공익목적 등 본래 취지에 맞게 활용되는지 등을 놓고 본격적 조사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6월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공익재단은 학자금, 연구비, 자선사업이나 예술사업 등을 지원해 사회 공공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인데 그동안 편법 상속·증여 통로의 역할을 하며 재벌 지배구조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파헤쳐 재벌을 압박할 수도 있다.
지주회사들은 각 계열사로부터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브랜드 사용료를 책정하는 근거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김 위원장이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집단국이 공익재단과 함께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말한 만큼 브랜드 사용료에 따른 지주회사의 부당이익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공정위가 연말 발표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이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도급 문제는 그동안 대기업의 갑횡포와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등 부당이익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하도급 문제의 감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재벌들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왔던 여러 경영활동에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는 29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하도급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26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위원장은 여태까지 재벌개혁을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이는 명분을 축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2018년 초에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어떤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위는 27일 26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하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외견상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 실태를 들여다보면 실질적 제도 운영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