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0-15 09: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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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SK그룹 지배구조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지배구조개편을 위해 인적분할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뼈대로 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조만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9월 제주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현재 지배구조개편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적당한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당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배구조개편을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말한 데 비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박 사장이 지배구조개편 이야기를 꺼낸 것은 SK텔레콤이 현재의 체제로는 미래사업을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loT) 등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현재 통신업 위주의 사업구조은 구축돼 있어 이런 신사업을 효율적으로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급성장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더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확대를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1%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면 해당 기업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중간지주회사로 전환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인적분할을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를 지주회사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할 수 있고 SK텔레콤 자사주를 활용해 SK텔레콤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SK텔레콤의 물적분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최태워 SK그룹 회장.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다. 기존 주주들이 신설되는 기업을 주식비율 그대로 지배하면 인적분할이고 분할 회사간 100% 모회사, 자회사 관계가 되면 물적분할이다.
박정호 사장은 앞서 기업설명회에서도 지배구조개편 이야기를 꺼내며 SK이노베이션과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을 예로 들었다. 이는 모두 기존 사업은 사업회사가 전담하고 지주사는 신사업 개발에 집중하는 물적분할의 형태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이 SK이노베이션과 알파벳을 언급한 것이 SK텔레콤의 물적분할을 암시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처럼 자사주를 활용할 수는 없지만 다른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되는 SK텔레콤 투자회사의 역할이 명확해지고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SK에 대한 지분율 희석도 발생하지 않는다. 설립된 중간지주회사가 인수합병 결정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물적분할 가능성이 주식시장에서 제기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SK그룹 입장에서 인적분할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물적분할을 하면 이동전화사업부가 100% 비상장 회사로 전환돼 언론의 주목을 덜 받고 규제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박 사장의 임기만료인 2019년까지는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이 지난해 12월 SK텔레콤 사장에 선임될 때도 SK텔레콤의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한 SKC&C와 SK의 합병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이르면 내년부터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간지주회사 전환 시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인적분할 시 현 주가 대비 잠재상승률이 30%, 물적분할 시에는 20% 정도 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물적분할이든 인적분할이든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추진되면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란 뜻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