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는 ‘약속’과 ‘책임’을 바탕으로 본질적인 ESG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ESG 펀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발전을 위해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 ESG 펀드가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기자의눈] 카카오와 SK의 네 탓 공방, ESG 함께 한 초심으로 내 탓부터

▲ 카카오와 SKC&C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에 대해 각자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15일 소방관들이 SK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카카오와 SK텔레콤이 ESG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주요 자산을 우리 사회와 나누자는 뜻으로 공동 ESG 펀드를 조성하면서 내세운 목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합친 카카오와 SK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쳐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와 관련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네 탓 공방'을 펼치고 있다.

첫 번째 쟁점은 카카오의 회재사고 인지시점이다.

SKC&C는 오후 3시19분경 화재가 발생하자 3시33분에 바로 카카오에 화재발생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3시40~42분경 알게 돼 서비스 복구 작업의 시작이 늦어졌다고 반박한다. 앞서 카카오는 4시3분에 화재발생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확인을 거쳐 3시40~42분 사이로 정정했다.

카카오는 화재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것도 SKC&C가 알려줘서가 아니라 카카오가 먼저 연락을 취해서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두 회사가 주장하는 시각 사이에는 7~9분의 차이가 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서비스 장애를 복구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게다가 카카오는 화재 발생 8분 만인 3시27분에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서비스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다.

두 번째로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전압 차단 과정에 있다.

당시 소화약제(냉각용 가스)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당국은 불길이 잡히지 않자 물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누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SKC&C에 전력 차단을 요청했다.

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을 중단하면 서버 기능이 완전 중단되기 때문에 SKC&C는 카카오에 사전 양해를 구한 뒤 전력을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양해가 아닌 일방적 통보였다고 맞선다.

‘양해’와 ‘통보’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고 있지만 전력 차단 자체는 화재진압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양해든 통보든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카카오와 SKC&C가 고작 몇 분의 차이와 의사소통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추후 이어질 피해보상 책임 때문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1차 책임은 불이 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C&C에 있다. SKC&C도 1차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카카오와 손해배상 범위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2차 책임은 화재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카카오에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데이터와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이중화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며 이용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각자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그 범위를 놓고는 앞으로 지난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던 대다수의 시민들이다. 책임 범위를 놓고 다투기보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카카오의 손해배상 규모가 2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C&C도 데이터센터 수리와 카카오, 네이버 등 데이터센터 임차 기업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SK는 291조969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해 전체 2위에 올랐다. 15위인 카카오는 19조952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손해배상으로 기업이 휘청거리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재계 2위와 15위인 대기업 입장에서는 배상금의 규모보다 빠른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사소한’ 문제들 가지고 싸우는 것이 볼썽사납게 느껴진다.

카카오와 SK는 2019년 3천억 원의 지분을 교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공동으로 ESG 펀드를 조성해 ESG 혁신기업을 육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ESG란 기업이 이윤창출에만 몰두하지 않고 사회와 환경의 개선에도 기여하고자 도입된 개념이다. 카카오와 SK도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을 육성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ESG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과거 미국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2004년에 발표한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 메아 쿨파는 '내 탓이오'라는 뜻인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주가 하락이나 프로젝트 실패 등 부정적 사안에 대해 '내 탓'을 한 기업이 '남 탓'을 하는 기업의 주가보다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자책하는 최고경영자(CEO)와 그 기업에 대해 사람들이 리더십은 물론 투자 의향 등에서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 좋은 사회를 지향한다는 두 회사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 공방을 펼치기보다 먼저 나서서 ‘내 책임이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좋은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