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33%를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해 합병작업을 시작한 것을 두고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 회장은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셀트리온홀딩스를 합병하고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계열3사를 따로 합병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 합병이 진행된다면 셀트리온그룹은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으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지배구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헬스케어,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으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을 통한 합병은 서 회장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설립을 위한 현물 출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과세이연제도’에 따라 양도차익에 관한 세금 납부를 주식을 매도할 때까지 유예할 수 있다. 사실상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없는 서 회장으로서는 세금 납부가 면제되는 셈이다.
반면 기존 시장의 예상대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없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면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의 25%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의 현재 가치가 4조7억 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약 1조170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지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전부터 유력하게 봤던 방안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한 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는 방식인데 이 때 서 회장은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합병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과정을 거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과세이연제도는 1997년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2022년부터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 회장이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21년 말까지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셀트리온3사 합병까지 마쳐야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으로 합병절차도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우선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서 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95.51%, 100%에 이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 회장의 지분이 많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리한 쪽으로 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의심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동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한다면 서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산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셀트리온 주주들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현재는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이 35.54%에서 11.21%로 대폭 줄어들어 이런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그룹의 이번 합병 방식은 추후 전개될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서 3사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분할 합병 구조에서는 특별하게 3사 가운데 수혜를 입는 곳을 가려낼 수 없다”고 분석했다.
▲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설립 뒤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메리츠종금증권>
이번 합병 방식은 향후 지분 승계에서도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지분만 증여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서 회장이 올해 은퇴한다고 밝혔던 만큼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회장에게 지분을 승계하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셀트리온그룹의 합병이 서 회장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소액주주 비율은 각각 62.97%와 52.39%로 매우 높은 편인데 향후 합병법인의 기업가치에 따라 각 기업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합병은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승인된다.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기업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각 기업은 이 주식을 사야 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가총액이 큰 만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지나치게 많으면 기업은 이를 모두 매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2019년 국내 바이오기업 제네신과 툴젠의 합병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계열3사는 아직 합병주체, 합병비율 등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합병 완료까지는 몇 번의 큰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소액주주 설득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