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 휴젤 대표이사가 경쟁사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분쟁을 틈 타 중국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중국 현지 대형제약사와 손잡고 학술마케팅을 전개해 중국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휴젤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제품 ‘보툴렉스’의 시판허가 심사대기 순번이 10번까지 줄어들면서 중국시장 진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휴젤은 국내에서 메디톡스를 따돌리고 2016년부터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유지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후발업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납품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해외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에서 정식 허가를 받아 유통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제품은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BTXA’ 2종뿐이어서 시장에 진입하면 신규 수요를 만들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당초 메디톡스보다 중국진출이 6개월 이상 뒤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심사가 늦어지면서 메디톡스는 빠르면 올해 1분기에야 승인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젤도 2분기에는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보툴렉스’를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중국 현지 제약사 ‘사환제약’을 선택했다. 휴젤이 제품을 공급하면 사환제약이 유통과 홍보를 책임진다.
사환제약은 중국 병원의약품시장 3위 회사로 유통역량이 중국에서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메디톡스가 현지 파트너사와 세운 합작사보다도 유통망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사환제약은 현재 중국 전역에 3천여 개 중간도매회사와 1만여 개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손 대표는 국내에서 학술마케팅을 통해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처럼 중국에서도 학술마케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은 국내외 의료진을 상대로 학술포럼인 ‘휴젤 익스퍼트 리더스 포럼(H.E.L.F)’을 열어 제품의 우수성을 소개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휴젤 내부에서도 학술마케팅을 국내에서 메디톡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사환제약은 100여 명 이상의 학술마케팅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이 보유한 학술 마케팅 노하우와 시너지를 내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이와 함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 마케팅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사인 베인캐피탈이 2017년 휴젤이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약 4500억 원의 현금이 휴젤로 유입됐다. 휴젤은 2019년 11월 기준으로 유동자산 약 671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 균주 관련 소송을 진행하느라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하고 있어 충분한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
메디톡스는 2019년 3분기 소송비용 약 78억 원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33억 원에 그쳐 2014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4분기에도 소송비용 약 6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보툴렉스’가 중국에 진출하는 올해를 세계시장에서 휴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손 대표는 15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러스에서 “6월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중국 허가를 획득할 것”이며 “글로벌 메디칼에스테틱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글로벌 빅3 마켓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