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MBK파트너스와 하나금융지주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롯데카드를 인수한다.
한앤컴퍼니는 셋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롯데그룹이 내건 조건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왜 롯데카드 인수에 힘을 쏟았을까.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온 이유는 롯데카드가 한앤컴퍼니의 투자전략인 ‘집중투자’와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상원 대표는 단순히 기업을 싸게 사들인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기업과 산업의 가치를 모두 끌어올린다.
한 대표는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 한앤컴퍼니 1호펀드의 만기는 10년에다 연장도 가능하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한 대표는 롯데카드가 이런 자신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매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가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는 도리어 이 시기가 기업가치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카드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10년 동안 카드 수수료가 꾸준히 뒷걸음질한 탓이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데 각종 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시장도 카드사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카드가 사모펀드 품에 안기면서 당장 카드업계 재편은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영업환경이 지속되면 자체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금융그룹 소속 카드사의 은행 복귀 등을 통한 카드업계 재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카드는 몇 년째 카드업계에서 잠재적 매물로 취급받고 있으며 KB금융그룹 역시 공개적으로 카드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은행에서 독립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다시 은행의 우산 아래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 대표 역시 카드업계의 재편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012년부터 대한시멘트를 시작으로 쌍용양회까지 인수하며 7년 동안 국내 시멘트업계 구조조정을 주도한 경험도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롯데카드 기업가치를 꾸준히 키운 뒤 매물로 내놔도 인수후보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 역시 한앤컴퍼니가 과감하게 베팅한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는 쉽게 나오기 어려운 매물인 데다 KB금융그룹을 비롯해 주요 금융그룹들은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공통과제를 안고 있다.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가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과거 ING생명(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뒤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처음 ING생명을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관심을 두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5년 뒤 ING생명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2조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재계 5위 롯데그룹과 관계도 쌓을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이 앞으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앤컴퍼니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SK엔카 직영부문을 인수하며 SK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 SKD&D, SK해운 지분을 잇달아 사들인 적이 있다.
물론 롯데그룹에 롯데카드를 되파는 선택도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계속 보유하면서 롯데카드와 관계도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한앤컴퍼니가 최근 들어 호텔사업과 중고차사업 등 소비재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롯데카드와 시너지도 누릴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호텔현대를 인수하며 호텔사업에 뛰어든 뒤 전북 전주, 전남 목포, 경남 포항 등에서 잇달아 호텔을 사들였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의 전략을 볼 때 앞으로도 소비재기업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롯데카드가 이미 자체 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에 한앤컴퍼니로서는 인수한 뒤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카드사들이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정부는 앞으로 카드사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