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장은 비통신분야로 사업영역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 분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어느 회사들이 함께 들어갈지 등을 비롯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을 ICT 최강 회사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비통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박 사장이 오래 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관심을 뒀던 이유는 금융업과 통신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700만 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잠재적 인터넷전문은행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4200만 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셈이다.
또 이동통신 가입자들부터 나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SK텔레콤이 확보하고 있는 신기술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KT 고객의 통신요금 납부내역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해 고객의 신용등급을 더욱 정확하게 산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일본 2위 통신업체 ‘KDDI’가 모회사인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은행’ 모델을 참고할 수도 있다.
지분은행은 통신사가 지닌 정밀한 고객정보를 신용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통신사 고객의 예금을 유치해 조달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마케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SK텔레콤이 금융업에 뜻을 보인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SK텔레콤은 2015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뛰어들었다가 'KT컨소시엄'과 '카카오컨소시엄'에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SK텔레콤은 당시 인터파크, GS홈쇼핑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했었다.
박 사장의 의욕을 자극하는 요인은 또 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규를 개정해 ICT 회사가 34%까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KT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지분율 10% 제한에 묶여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SK텔레콤은 2017년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핀테크 회사인 ‘핀크’를 설립해 디지털 금융업 경험을 쌓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핀크에 모바일 플랫폼 기술력과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AI 기술 등을 제공해 핀크의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AI, 빅데이터 등 앞선 기술과 혁신적 UX(사용자경험)를 기반으로 핀크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금융의 진정한 가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금융에 적용될 SK텔레콤의 기술을 놓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최근에는 한화손해보험과 현대차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보험회사의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핀크에서는 인공지능 인증서버 엔진을 SK텔레콤의 것으로 돌리고 있고 한화손보와 진행하는 인터넷전문보험회사에서는 티맵에서 확보한 운전자 습관 등의 빅데이터를 제공해 보험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이렇듯 최근 진출한 금융업에서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인가를 따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 적용할 주요 평가항목과 배점 공개했는데 1천점 만점에 가장 배점이 높은 항목이 ‘혁신성(350점)’이다. 5G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게 된 SK텔레콤에 유리한 대목이다.
또 다른 평가항목인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에서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들 가운데 SK텔레콤의 자본력이 가장 돋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과 교보생명, 키움증권, 신한금융, 농협금융, KB금융, 롯데카드, BC카드 등 금융사와 더불어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 편의점 업체 BGF리테일, 아이티센·다우기술 등 IT업체들이 인가 신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