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젊은 SK그룹’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임원인사에서 50대 초중반의 젊은 인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해 최근 2년 동안 이어진 세대교체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을 두고 그동안 SK그룹의 가장 중요한 인사 원칙이었던 ‘성과주의’보다 세대교체에 더 무게를 실었다는 말이 나온다.
1958년 생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올랐다. 이석희 새 대표이사는 1965년생이다.
이석희 새 대표이사 외에 안재현 SK건설 사장, 윤병석 SK가스 사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새롭게 SK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이들의 나이도 52세~54세다.
SK그룹 신임 임원의 평균연령도 또 낮아졌다.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SK그룹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8세로 젊어졌으며 그 가운데 53%가 1970년대 출생이다. 현재 임원 평균연령은 48.7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 전략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모델을 거침없이 바꾸고 혁신하는 것이 딥체인지”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최 회장은 2년 전부터 세대교체 작업을 이어왔다.
SK그룹은 2016년 말 주요 계열사 인사에서 당시 60대 경영진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장동현 SK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젊은 인재들을 핵심 계열사에 전진배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리더십 혁신을 위해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갔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50대 초중반의 신임 대표이사들을 대거 발탁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게 된 점도 눈에 띈다.
5G 시대가 눈앞에 펼쳐짐에 따라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해 통신 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한 회사에서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을 함께 펼쳐나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이 물러난 것은 업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7월 SK건설이 라오스에 짓고 있던 수력발전댐이 무너져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라오스댐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시작됐는데 조 부회장은 2012년부터 SK건설 대표이사를 맡았다. SK건설에 문책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인사 전부터 나돌았다.
SK하이닉스에 언론인 출신 김동섭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주목된다.
SK그룹은 2017년 6월 당시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장(전무)을 맡고 있던 김동섭 사장을 영입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을 맡겼다.
올해 8월 SK하이닉스에 대외협력총괄 직무를 신설해 김동섭 사장을 선임했고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올렸다.
SK하이닉스가 국가 경제 기여도가 높고 그룹 내 위상이 커진 만큼 이번 승진인사를 통해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대외 홍보 역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인 출신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현직에서는 김동섭 사장이 유일하다. MBC 기자 출신인 이인용 삼성전자 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지난해 용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