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서 상징성이 크다. 그의 거취를 놓고 관심이 높은 이유다.
과거 경제부총리 가운데에는 공직을 내려놓고 정치권에 직접 입문하거나 특정 세력의 브레인 역할을 한 선례들이 존재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청와대는 16일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2월4일 무렵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12월2일이 국회 예산심사 기일이기 때문에 예산심사를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김 부총리의 역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김 부총리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김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기를 마치면 소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비록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놓고 정부의 정책방향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소신있는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의견이 반영돼 정책이 수정되는 일도 많았다.
김 부총리는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5월 머니투데이가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여야 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관평가에서 김 부총리는 3.38점의 평점을 얻어 김현미 장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야당의 한 의원은 김 부총리를 놓고 “존경할 만한 분”이라며 “국민을 속이려 하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치색이 옅고 소신에 따라 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진보와 보수 정권 양쪽 모두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고 박근혜 정부 때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경제부총리로 일하기는 했으나 향후 행보는 열려있는 셈이다. 오히려 보수진영에서 김 부총리 영입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효과적 무기를 얻는 격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정당이 김 부총리를 영입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부총리 교체가 발표된 후 자유한국당은 김 부총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과거 김 부총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면서 “나라를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 달라”고 영입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부총리 영입론은 음모”라며 “그분한테도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그동안 상당한 피로감을 토로했던 만큼 정관계에 거리를 두고 지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소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 역시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2014년에도 정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나 한동안 야인으로 지낸 적이 있다.
이전 정부 경제부총리들을 봐도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한 사례는 많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 직업 정치인이 아닌 관료 출신으로 부총리를 지내고 정계에 입문한 사람은 노무현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도다.
다만 직접 여의도에 입성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이들도 있다. 김 부총리가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김대중 정부의 전윤철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냈고 이후 국민의당에서 윤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2012년 18대 대선 때 안철수 전 의원의 경제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리는 현재 재단법인 여시재 이사장을 맡아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