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의 최종 목표를 ‘신약 개발회사’로 세우고 20년 가까이 달려왔다. 최근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서 회장의 꿈도 가시화되고 있다.
2006년 당시 코스닥시장 본부장은 “바이오기업은 기본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셀트리온은 약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바이오업체보다는 제조업체에 가깝다”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하늘과 땅 같은 변화가 일어졌다.
◆ 셀트리온, 신약 개발회사로 도약 시험대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독감 치료제 ‘CT-P27’는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3상을 시작한다.
셀트리온은 7월31일 CT-P27의 임상2b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서 CT-P27의 임상 1·2a상은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끝났고 임상2b상은 국내에서 임상 대상자 18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CT-P27 임상3상은 글로벌 임상기관에서 대규모로 진행된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독감 치료제 CT-P27은 임상2상 데이터로도 제품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임상을 마무리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앞서 올해 2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도 “CT-P27 조기 상업화를 위해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CT-P27는 대부분의 독감 바이러스에 치료 효과가 있는 차세대 ‘만능’ 독감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2009년부터 CT-P27 개발을 시작했다. 셀트리온은 당시 가격을 최대한 인하해 1회 접종을 기준 100달러 수준의 보급형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T-P27 외에도 CT-P19(광견병 치료제), CT-P24(B형 간염 치료제), CT-P25(독감백신), CT-P26(유방암 치료제) 등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폐렴 백신과 에이즈 백신 개발을 공개했으며 셀트리온은 최근 연세의료원과 뇌졸중 혈전용해제 개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바이오베터’인 ‘램시마SC’ 출시도 앞두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합성의약품의 ‘개량신약’에 해당하는데 램시마SC는 정맥주사 형태인 램시마를 피하주사형으로 개량한 것이다. 현재 임상3상 중이다.
서정진 회장은 “2030년까지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09년 9월16일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셀트리온의 신종플루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포괄적 공동 연구 협약식을 맺고 있다. |
◆ 서정진, 셀트리온을 ‘빅3’ 신약 개발회사로 만들까
서 회장의 최종 목표는 셀트리온을 글로벌 ‘빅3’ 신약 개발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 문외한이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했고 사회에서도 바이오산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대우그룹에서도 30대 임원으로서 승승장구했지만 바이오산업은 몰랐고 외환위기로 실직했다.
그러나 서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고 셀트리온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서 회장의 성공비결은 신약 개발→생산→판매라는 일반적 사고를 반대로 뒤집어보는 ‘역발상’이다.
서 회장은 돈을 먼저 벌고 신약 개발은 나중에 그 돈으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 회장이 판단하기에 신약 개발은 해마다 수천억 원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2002년 미국 제넨텍이 자회사 백스젠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에이즈 백신의 위탁생산 사업을 따냈다. 그뒤 외부 투자를 받아 송도에 5만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세운 것이 지금의 셀트리온 1공장이다.
에이즈 백신 개발은 최종 임상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제넨텍의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을 수 있었다.
공장 가동이 문제였는데 셀트리온은 2005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BMS)로부터 관절염 치료 바이오의약품 아바타셉트 위탁생산계약을 따냈다. 10년 동안 연간 2천억 원씩 모두 2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계약이었다.
셀트리온은 이후 위탁생산에서 번 돈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다. 이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했고 신약 개발회사로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만 227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연구개발비 지출 1위다. 2위는 한미약품으로 1706억 원이다.
셀트리온 전체 인력 1500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연구개발직이다. 석박사 학위 보유자만 300명에 육박한다.
아직 셀트리온이 ‘빅3’로 나아가기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스위스 로슈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만 무려 12조 원 가까이를 투자했다. 암젠 역시 연구개발비로 4조 원 넘게 쓴다.
서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신약, 백신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회사로 거듭나겠다”며 “2020년에는 제넨텍, 암젠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