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된 2차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취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부처들의 규제 개편안이 미흡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오늘Who] 최종구,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난제에 골머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대통령의 '답답함'을 풀지는 못하고 오히려 얽힌 실타래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최 위원장은 국가경제의 한 축을 잡고있는 금융관료로서 복잡한 각도의 답답함을 안고 있다.  

총리실은 규제혁신점검회의가 미뤄진 이유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내용 보강이 필요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던 ‘빅이슈’ 등에 관련된 추가 협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에서 토론안건으로 올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개편이 총리실이 말한 ‘빅이슈’로 꼽혔다. 최 위원장에게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총리실의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금융에 새바람을 일으킬 핀테크, 신성장동력 등 최고의 장밋빛으로 불려진 인터넷전문은행에는 계속해서 "실효성 있는 규제 개편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집중됐다.

그러나 은행과 산업을 분리해야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법으로 단단히 다져있어 법개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 없이 그런 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는 은산분리 완화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지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국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 5개를 놓고도 하루속히 의결되길 바라는 뜻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2017년 2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뒤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은산분리 원칙 훼손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최 위원장이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에 관련해 은행법이든 특별법이든 (법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 뒤로도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모습도 크게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 경쟁과 발전을 촉발하는 ‘메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감안해 문재인 정부가 규제혁신점검회의 연기를 통해 최 위원장에게 국회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정부에서 시행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법 제정이나 개정없이 행정부의 권한과 수단만을 동원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개편의 복안을 만들어낸다 해도 국회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여연대가 28일 논평을 통해 “정뷰가 규제혁신점검회의로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등은 관료와 업계의 요구일 뿐”이라며 “과거 보수정권의 경제정책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방에 근거를 둔다면 지방은행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검토가 있었다”고 밝혔다가 역풍을 맞은 전례도 있다.

지방은행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두지 않는 은행으로 산업자본이 최대 15%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 행사한도도 15%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해 사업모델 안에 지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처음부터 없는 만큼 지방은행의 기준을 적용하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한 뒤 관련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개편하는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은산분리 완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가 현행법을 따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추진한다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는 일이 무척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