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다시 꿈틀하는 원전 건설, 기회 엿보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이 베트남 원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이 9년 만에 다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수주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원전 분야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전력공사가 주도하는 팀코리아에 참여해 베트남 원전 수주를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김동철 사장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해 정부 및 국영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원자력발전 및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 추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김 사장은 지난 14일 한국과 베트남의 장관급 협의체인 ‘한-베 산업공동위원회’에 참석해 응우옌티타잉 베트남 국회부의장을 만나 수주 활동을 펼쳤다.
 
베트남서 다시 꿈틀하는 원전 건설, 기회 엿보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4일 응우옌티타잉 베트남 국회 부의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김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원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베트남의 원전 도입 정책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사업역량을 보유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응우옌홍디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원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하노이에서 양국 정부 및 유관기관, 한전 등 팀코리아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및 전력 신기술 파트너십 워크숍’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팀코리아가 베트남에서 원전 수주를 위한 활동에 시동을 거는 것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이 공산당 중앙회의를 통해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재개를 결정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전력난 심화에 따라 2006년에 처음으로 2030년까지 원전 13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9년에는 닌투언성에 원전 두 기를 짓는 계획이 승인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닌투언1은 러시아의 로사톰이, 닌투언2는 일본원자력발전주식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닌투언1·2 원전 프로젝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정성 논란을 겪다가 2016년에 중단됐다. 이후 베트남은 현재까지 원전을 한 기도 짓지 않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최근 전력 수요가 연평균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전력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전 건설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

베트남은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기존 협력처인 러시아, 일본 외에 한국, 프랑스,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재개와 관련해 “전통적인 파트너 외에도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닌투언1·2 원전 프로젝트는 각각 사업 규모가 12조 원, 총 24조 원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원전 수주를 위한 팀코리아에는 한전을 중심으로 한국전력기술 같은 공기업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민간기업도 참여한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2007년부터 현지법인 두산비나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등 오랜 기간 베트남에서 사업을 이어 왔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비롯해 근래 들어서는 해상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게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베트남 원전 수주에 힘을 보탤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대건설 역시 베트남에서 몽정1 석탄화력발전소, 꽝짝1 석탄화력발전소 등 다수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어 베트남 원전 수주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서 다시 꿈틀하는 원전 건설, 기회 엿보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 베트남 하노이 산업무역부 회의실에서 14차 한-베트남 산업공동위원회 및 제8차 한-베트남 FTA 공동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적으로 통상 질서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베트남으로서는 한국과 다방면에서 경제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원전 협력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베트남을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보고 다른 나라와 견줘 최고 수준인 46%로 관세율을 정했다. 

상호관세의 실제 부과는 90일간 유예된 상태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향한 속내를 내보인 이상 베트남으로선 대응책 마련이 급박한 상황에 놓였다.

베트남에 한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기지가 많다는 점 등 양국 사이 경제협력 수준을 고려하면 베트남에 부과되는 미국의 관세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은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베트남에도 한국은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으로 2위 수입국이자 3위 수출국이다.

이렇듯 양국의 경제 협력이 밀접한 만큼 베트남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한국이 앞서나갈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은 한국 기업 가운데 원전 주기기와 건설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이 올해 이후 원전 관련 해외 수주를 늘릴 것으로 전망이 많은데 계약체결이 예상되는 체코와 불가리아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원전 수주를 기대할 만한 상황으로 읽힌다. 

응우옌호앙롱 베트남 산업부 차관은 11일 열린 한국과 베트남의 ‘원전 및 전력 신기술 파트너십 워크숍’에서 “베트남은 현재 원자력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중이며 닌투언 1호, 닌투언 2호 원전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며 “한국이 이 전략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