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른 시일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인텔과 협력해 SSD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SSD로 반도체 진출 발판 확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위협적

▲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왼쪽)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적극적 지원으로 메모리반도체사업 진출 계획을 본격화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텔이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과 낸드플래시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반도체기업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인텔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64단 3D낸드를 칭화유니그룹에 공급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메모리반도체분야 후발주자로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공정과 같은 64단 3D낸드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이 아직 미미한 만큼 메모리반도체 판매처를 단기간에 넓히기 위해 중국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 자회사가 이번 협력으로 인텔의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 SSD 저장장치 형태로 만들어낸 뒤 고객사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PC 제조사들과 서버업체들이 정부의 반도체 자급 목표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칭화유니그룹에서 SSD를 받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고 중국에서 IT기업들의 서버 증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서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사업 진출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유력했다.

중국기업들이 뒤늦게 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업체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이 낸드플래시를 인텔에서 받아 SSD로 가공해 판매하는 것은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

인텔이 결국 반도체 설계 기술마저 공유하는 쪽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에 대규모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확보한 인텔이 결국 반도체 기술을 넘기는 계획까지 포함한 논의를 진행했을 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SSD로 반도체 진출 발판 확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위협적

▲ 인텔의 3D낸드 기반 SSD 저장장치.


황 연구원은 "자본과 시장을 모두 확보한 중국이 인텔과 협력으로 기술력까지 갖추면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중국의 시장 진입에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르면 2020년부터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어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SSD를 통해 고객사 기반을 미리 확보하면 향후 자체적으로 낸드플래시 설계 기술을 확보한 뒤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SSD를 반도체 새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기업을 노리는 중국의 공세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빠른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인텔과 반도체산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자급 목표가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