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세계 빙하 40% 소멸 확정, 기존 예측보다 녹는 속도 빨라"

▲ 스위스 남부 블래튼 마을이 29일(현지시각) 빙하 붕괴로 발생한 산사태에 매몰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존하는 세계 빙하의 거의 절반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소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 연구진이 합작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등재된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빙하의 약 40%는 이미 소멸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세계 각국이 합의한 1.5도 목표를 지킨다고 해도 빙하 유실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1.5도 목표란 2015년에 합의된 파리협정 목표를 말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이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에 학계에서는 2100년까지 유실되는 빙하의 양이 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연구진은 실제 관측 자료를 사용해 보정된 8개 빙하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했다. 모델 자체에 불확실성은 있을 수 있으나 세계 빙하의 상당 부분이 소멸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이번 보고서에 나온 추정치보다도 유실량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 제콜라리 브뤼셀 자유대 박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상승한 기온의 1도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오늘날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며 빙하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 기준 연도는 2020년이었다. 연구진은 2020년까지 있었던 기온상승으로 빙하 면적이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상당부분 줄어든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유지돼 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면 전 세계 주요 빙하 지대 19곳 가운데 7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보유한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빙하가 사라지며 바다로 흘러간 물로 인해 해수면도 약 23cm 상승하게 된다.

빙하 소멸에 따른 산사태, 수자원 손실, 농지 면적 감소 등의 피해도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이날 스위스에서는 알프스 산맥 빙하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산사태로 남부에 위치한 한 산간 마을의 90%가 매몰되는 재난이 발생했다.

릴리안 슈스터 인스부르크대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빙하는 기후변화 영향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라며 "빙하가 후퇴하면서 기후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콜라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당장 오늘 멈추게 되더라도 빙하가 녹는 현상은 앞으로 몇 세기에 걸쳐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우리가 아는 세계는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