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실적회복과 함께 거취를 둘러싼 소문에서 자유롭게 될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부실을 털어내면서 올해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으로 순손실 618억 원을 봤는데 상반기 순손실 3459억 원에서 대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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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3분기에는 순이익 2800억 원(명칭사용료 포함) 정도를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308억 원의 2배를 넘어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조선해운업 여신에 관련된 사항을 매일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등 리스크관리를 직접 챙긴 점이 3분기 실적호전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3분기에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 901억 원을 쌓았는데 2분기보다 90% 이상 줄었다. 조선해운업종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연말에 4조9천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말 8조9천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행장은 최근 은행장 자리를 유지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농협중앙회에 김병원 회장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 행장이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기도 했다. 농협은행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연 1%대 금리의 특혜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이 김 장관의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후배라는 점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행장은 24일 일부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내가 사임한다는 소문과 관련해 전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장의 거취는 농협중앙회장이 아니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결정한다”며 “금융지주 측에서 이 행장의 사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이 행장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CEO 일부가 최근 농협중앙회에서 임원 일부를 물갈이할 때 사표를 함께 제출했는데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은행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이 행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실적개선의 내용을 뜯어보면 반드시 긍정적이다고 할 수 없다.
농협은행이 거둔 3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분기보다 오히려 723억 원이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예금과 대출 등의 이자이익이 2분기보다 140억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수료 등 비이자부문의 손실은 오히려 863억 원이 더 늘었다.
농협금융은 12월 계열사 임원인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이 행장의 거취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