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3나노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 앞당겨, 메모리반도체 수요 반등 이끈다

▲ 인텔이 신형 서버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글로벌 IT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데이터서버용 '제온' 프로세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 시점을 앞당긴다. EUV(극자외선) 기반 인텔3 미세공정을 최초로 활용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고성능 서버를 필요로 하는 신산업 성장에 인텔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IT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이끌며 서버용 D램과 SSD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30일 “인텔이 더 발전한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서버용 프로세서를 시장의 예상보다 일찍 출시하기로 했다”며 “데이터서버 분야의 성장 기회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현지시각으로 29일 투자자 대상 온라인 행사를 열고 서버용 반도체 출시 로드맵을 공개했다.

차세대 프로세서 ‘제온 시에라포레스트’ 양산을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하고 5세대 프로세서 ‘제온 에메랄드래피즈’ 반도체 공급은 올해 말부터 이뤄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 인공지능 모델의 기술 학습을 위해 활용하도록 설계된 전용 프로세서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텔은 이미 여러 기업이 해당 반도체를 기술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에라포레스트는 인텔3 공정을 최초로 활용하는 서버용 반도체라는 점에서 성능에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인텔3은 삼성전자 및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유사한 수준의 기술이다.

인텔이 해당 제품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것은 반도체 미세공정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 및 TSMC와 기술 격차를 대폭 줄인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첨단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파운드리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미세공정 기술에서 두 경쟁사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인텔의 EUV 기반 3나노 공정이 처음 적용되는 시에라포레스트는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이면서도 연산에 사용되는 CPU 코어 수를 최대 144개로 늘린 제품이다.

데이터서버에 적용되면 기존의 프로세서를 활용할 때보다 낮은 전력으로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글로벌 서버 고객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7 공정으로 생산되던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일 공산이 크다.

신형 서버용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2024년 상반기는 시기는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의 대형 IT기업이 시설 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시점과 겹쳐 상당한 잠재 수요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부진 등 영향으로 IT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줄이는 데 더해 인원 감축 등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투자 사이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IT기업들에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점도 데이터서버 투자 확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IT기업들이 신형 인공지능 모델을 도입해 활용성 높은 서비스를 소비자들에 제공하려면 기존 서버와 비교해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 3나노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 앞당겨, 메모리반도체 수요 반등 이끈다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DR5 D램 이미지.

인텔의 신형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와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자극하는 데이터서버 투자 열풍은 자연히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을 이끄는 강력한 순풍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데이터서버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려면 전송 속도가 빠른 고사양 서버용 D램과 대량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고용량 SSD가 모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28일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서버에 필요한 D램은 일반 서버의 8배, 낸드플래시는 3배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올해 부진한 흐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 수요 둔화와 IT기업들의 서버 투자 축소가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IT기업들의 데이터서버 투자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도 실적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인텔이 신형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경쟁사인 AMD의 기술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AMD는 2017년 세계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수 년 동안 인텔의 기술 발전과 신제품 출시 속도가 늦춰진 사이 점유율을 30% 가까운 수준으로 높였다.

인텔과 AMD의 기술 경쟁은 서버용 프로세서 성능 상향평준화로 이어져 데이터서버 투자를 더욱 자극할 공산도 크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미래는 인공지능의 시대라 볼 수 있고 결국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며 “인공지능 서버가 D램과 낸드플래시 탑재량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