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동문서답을 계속했다. 그동안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지만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9일 열렸다.

김 후보자는 논문표절을 비롯해 인터넷 사교육업체 주식 단타매매, SK그룹의 행복한학교재단 법인카드 사용, 연구비 수령과 정치자금 후원 등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 “저에게 30초만 숨쉴 시간을 달라”

김 후보자는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이 강서중학교 윤리교사 재직기간에 엮인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묻자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잘 못 알아들었다”고 되물은 뒤 “저에게 30초만 숨을 쉴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즉답을 하지 못해 "안 들리느냐, 시간 끄는 것이냐"라는 지적을 들었다.  김 후보자는 "제가 귀가…지금 말씀하시는 게…정말 죄송합니다. 명확히 안들려서"라고 해명했다.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장은 김 후보자를 향해 “위원들 질의에 집중해서 들어라"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고, "혹시 난청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이자 청문회장에서는 “건강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이다” “소통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 “대필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시킨 것”

김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제자에게 칼럼 대필을 시킨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대학의 모든 과정은 교육이다”라며 “칼럼으로 글쓰는 연습을 하라고 한 사람에게 준 것이 아니라 두세 사람에게 줬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주로 자료를 수집한다든지 하는 것이고 글은 제가 밤 늦게까지 썼다”며 “대필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 “제자논문 표절은 당시 학계의 문화와 분위기”

김 후보자는 제자논문을 축약해 한국교원대 학술지인 ‘교육과학연구’에 단독저자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집중추궁당했다.

김 후보자는 “단독저자로 올린 1건에 대해서 제 실수”라며 “뼈아프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공동저자로 해달라고 다시 요청을 했고, 조치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제자 김미영씨로부터 논문게재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아 인사청문회에 제출했다.

김 후보자는 제자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한 데 대해 “제 이름을 뒤에 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저를 생각해서 그랬는지 한사코 앞에 놔둔 것”이라며 “제가 임의로 앞에 놔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밖에 논문표절 의혹과 연구비 부당수령 의혹 등 대부분을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논란이 된 제자논문의 학술지 게재, 연구비 수령, 연구실적 부풀리기 등과 관련된 사안은 당시 학계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감안해 판단해줬으면 한다”며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과거 논문표절 논란으로 낙마한 교육부장관 후보자들의 사례를 놓고 “그 때와 지금은 시각이나 그런 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도중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뉴시스>

◆ “5•16은 정변이며 불가피한 것”

김 후보자는 또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겠느냐”고 말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우리 대한민국이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고,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려웠다”면서 “훗날 다시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훈 위원장이 ‘군사 쿠데타’라고 표현된 것이 잘못된 것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지금은 정변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나온 용어인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5•16 쿠데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할 나쁜 역사인데 후보자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분을 두고 청문회를 해야 할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 “주식투자 수업시간에 하지 않아 문제 안 된다”

김 후보자는 사교육업체인 아이넷스쿨 등에 대한 주식투자 논란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안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식거래는 오전 9시~오후3시까지 주로 근무시간에 이뤄지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느냐”고 묻자 “수업시간이라든가 근무시간에 전혀 안하고 쉬는 시간에 한다”고 대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제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여러 번 (주식투자를) 했는데 손해 본 것이 많고 문제가 된 아이넷스쿨에서도 손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 “백주 대낮에 발가벗겨 내동댕이쳐졌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하는 동안 “윽박지르지 말라”고 말하는 등 기 죽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제자 석사 논문을 자기논문으로 왜 이렇게 하냐, 학자가 자기논문을 써야 하지 않느냐, 대학원생 박사학위 논문 중 맞춤표와 띄어쓰기까지 똑같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자꾸 윽박지르지만 말라”고 받았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조차 김 후보자의 모호한 답변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누가 봐도 표절인데 저자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건가”라며 “후보자 스스로가 (학계관행에 대한) 혜택을 입고 장관이 된다면 앞으로 엄격히 (논문표절 등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해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 대해 “이렇게 백주 대낮에 벌거벗겨져 내동댕이 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 야당 "의혹 해명에 꿀먹은 벙어리" 판정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자료제출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불성실이 아니고 그게 다(전부)”라고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은 “후보자는 논문표절왕이라는 얘기도 들었고, 의혹제조기라는 얘기까지 들었는 데도 아무런 해명도 않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도 “교육시민단체의 여론조사에서 부적합이 96%로 나왔다”며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게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몇 마디 했더니 그게 완전히 왜곡돼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더 말하면 의혹만 증폭시킬 것 같아 공직후보자로서 가능하면 인사청문회에서 정확히 사실을 밝힐 마음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