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일본 샤프의 LCD사업 인수작업을 곧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 기술력만 믿고 변화하는 시대흐름을 쫓아가지 못해 결국 LCD사업을 내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도 샤프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홍하이, 샤프의 LCD사업 인수 곧 확정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대만 홍하이그룹 산하 폭스콘의 샤프 LCD사업 인수가 다음주 초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4일 보도했다.

  일본 샤프, '기술만능주의'에 빠져 몰락 재촉  
▲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샤프는 2월25일 임시이사회에서 폭스콘을 인수자로 선택했지만 샤프가 폭스콘에 제출안 3500억 엔(약 3조7400억 원)가량의 우발채무 문제로 계약이 미뤄졌다.

샤프는 “우발채무는 공장이 천재지변에 따른 갑작스런 가동 중단 등 발생가능성이 거의 위험들에 대비해 계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콘 측은 조사결과 액정 등 주요 사업에서 재정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폭스콘은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샤프의 우발채무는 1천억 엔 미만으로 파악했다”며 “7일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9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폭스콘은 샤프에 4890억 엔을 출자해 66%의 지분을 확보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샤프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등 6600억~7천억 엔대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 샤프는 왜 몰락했을까?

샤프는 1912년 창립됐는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15년 ‘샤프펜슬’이라는 기계식 연필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샤프는 이 회사의 사명이 됐고 지금도 기계식 연필의 대명사로 통한다.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는 기술을 강조했는데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샤프는 1953년 일본 최초로 흑백TV를 내놓은 데 이어 1973년엔 세계 최초의 액정(LCD) 표시 전자계산기를 출시했다.

샤프는 그 뒤 고속성장을 거듭해 2001년 세계 액정TV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 점유율은 1.3%에 불과했다.

일본에서는 샤프가 몰락하게 된 원인으로 기술에 대한 맹신을 첫손에 꼽는다.

샤프가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글로벌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에 맞춘 제품 개발과 시장개척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일본 샤프, '기술만능주의'에 빠져 몰락 재촉  
▲ 일본 오사카에 있는 샤프의 LCD패널 생산공장.
업계에서 샤프의 몰락을 ‘기술의 함정’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원조’라는 자신감이 시장상황을 읽는 눈을 가렸다는 의미다.

소니가 한때 세계 TV시장을 호령했으나 TV사업을 분사하고 파나소닉이 PDP TV 사업을 접는 등 변신에 나설 때도 샤프만 위기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샤프 액정 패전의 교훈’이라는 책을 쓴 나카타 유키히코 교수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기술신앙'에 빠져 있었던 일본은 세계에서 고립됐다”며 “이는 샤프뿐 아니라 일본 전자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샤프의 몰락이 우리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우리도 몰락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