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 뒤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도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21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남북 경제협력 추진에 삼성이 어느 정도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언론 "이재용 평양냉면 한 그릇의 대가는 삼성의 대북 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닛케이는 "이재용 부회장은 북한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을 먹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삼성이 북한의 발전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와 함께 정부 요청에 따라 18일부터 2박3일 동안 열린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할 포석을 깔기 위해 북한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주요 대기업 총수와 동행해 가능성을 논의하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은 이 부회장이 직접 평양을 다녀온 만큼 정부에 크게 화답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됐다"며 "단기간에 실현은 어렵더라도 삼성의 북한 투자와 관련된 청사진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리용남 내각 부총리는 이 부회장을 향해 "여러 측면에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평양에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니 한 민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닛케이는 이 부회장 등 총수의 북한 방문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최근 한국 대표 재벌기업인 삼성그룹의 이 부회장과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북한을 향한 국제적 경제 제재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이 이른 시일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20일 저녁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삼성전자 경영진과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경제협력과 삼성의 투자 가능성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