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쌓은 '벤처업계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권 회장의 비리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데다 KTB투자증권에서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권성문 궁지에 몰려, '벤처업계 신화' 이대로 무너지나  
▲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29일 “권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금감원 질의가 있어 소명했으며 현재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얼마 전 ‘갑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개인적으로 출자한 회사인 ‘캠프통아일랜드’의 직원에게 업무보고가 늦었다며 다짜고짜 발길질을 하는 영상이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직원이 통증에 무릎을 잡는 모습도 잡혔다.

권 회장이 도덕성을 놓고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한국M&A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1999년에는 ‘냉각캔 사건’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그는 ‘미래와사람’ 대표 시절 냉각캔을 세계 최초의 초소형 냉장고라고 홍보해 회사 주가가 6배 이상 뛰었으나 결국 상용화되지 못하면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금지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일단락 됐지만 이번에야말로 ‘삼진아웃’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KTB투자증권에서 이병철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권 회장의 경영적 리더십도 예전같지 않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KTB투자증권의 경영부실을 씻기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1년 동안 새 성장동력인 대체투자 부문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KTB투자증권은 1년 동안 모두 4건, 3800억 원 규모의 항공기, 국외 신재생에너지 관련 거래를 따냈다. KTB투자증권 주가도 이 부회장의 취임 이후 17% 이상 뛰었다.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회사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다. 8월에만 7차례에 걸친 지분매입으로 지분율을 14.00%까지 높였다. 지분 20.22%를 들고 있는 권 회장과 6.22%포인트로 차이가 좁아졌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KTB투자증권의 지배구조가 변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성문 궁지에 몰려, '벤처업계 신화' 이대로 무너지나  
▲ 이병철 KTB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이에 대해 반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지분매입은 주주간 계약에 따른 것으로 공동경영,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권 회장은 대기업 샐러리맨에서 거대 금융사의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M&A전문가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다. '벤처업계의 신화'로도 불린다.

1995년 한국M&A를 창업해 30여 건의 인수합병을 성사했다. 1996년 10월 주식매도를 통해 6개월 만에 9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겨 ‘한국 최초의 기업사냥꾼 등장’이라며 주목을 받았다.

코스닥 붐이 일기 직전인 1999년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탈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인수를 결정해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KTB투자증권의 전신이다.

인수 직후 신설증권사 설립을 신청했지만 ‘냉각캔 사건’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으면서 이를 철회했다. 2008년 증권업 진출에 성공해 현재의 KTB투자증권을 세웠지만 다시 금감원의 통보를 기다리는 처지에 놓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