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8월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경기 호조 속에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펼치는 점을 놓고 외신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 인력이 받는 거액의 성과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미국과 유럽 등의 사례와 같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29일 블룸버그는 논평을 내고 “한국은행이 빠른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도 금리를 서둘러 올리지 않는 접근이 경기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올려 3%로 높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의 금리 수준 전망치를 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안에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완만한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외신 논평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 속도와 물가 상승세에도 통화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며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경기 확장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기보다 성장세가 자연스럽게 정점을 지나 점진적으로 둔화하도록 두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국내 경기뿐 아니라 해외 수요에 상당 부분 기반한다는 점이 이러한 접근 방식의 설득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혔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공급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소재와 부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면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과 투자 증가, 소비 회복에 근거해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0% 증가해 230억 달러(약 31조2천억 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관련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의 성장 배경으로 제시됐다.

원화 강세도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원화 가치는 3분기 들어 달러 대비 약 14% 상승하면서 1998년 이후 가장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관련 투자 확대와 기술 기업 종사자들의 높은 성과급이 물가 상승 압력을 예상보다 지속시킬 가능성을 경계했다.

물가 상승세가 고착되면 현재와 같은 완만한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 중앙은행, 호주 중앙은행 등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