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과 무역협상 카드 충분" 분석 나와, 반도체 공급망 무기로 부각

▲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 장비와 소재 공급망을 앞세워 중국과 무역 협상에 무기로 앞세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중국에 수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였지만 향후 논의에 협상카드로 내세울 무기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와 관련 장비 및 소재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만큼 미국 정부의 대중국 기술 규제로 협상력을 더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0일(현지시각) “한국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중국을 상대할 때 영향력이 큰 협상 수단을 들고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도했다.

한국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춰 주요 교역 대상인 미국과 중국에 모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런 시각만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는 상호 의존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중국 역시 그동안 한국에 경제와 산업 의존도를 크게 높였다는 의미다.

더구나 한국의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두 국가 사이에 점차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 법안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유도한 점도 중국에 의존이 낮아진 원인으로 꼽혔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여가고 있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한국이나 대만,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와 관련 장비, 소재 수입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어 자연히 한국의 지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 로봇, 수소추진선 등 다른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 우위도 중국과 협상에 중요한 카드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중국이 2016년 사드보복 사태로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더할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결국 한국이 더 이상 중국을 반드시 의존해야만 하는 국가로 인식하기 어려워진 만큼 한국 정치인들도 이를 염두에 둬야만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 이전까지 중국과 관계 회복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한국 정부가 이보다 단호하고 당당한 태도로 중국과 협상에 임하는 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에 기고문을 낸 라몬 파르도 영국 킹스컬리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한국은 경제적 역량을 중국의 압박에 대응할 무기로 삼아 호주와 독일, 일본 등 국가에 본보기로 보여줘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국가도 중국과 무역 및 외교 협상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라몬 파르도 교수는 “한국은 중국을 상대할 만한 협상카드가 충분하다”며 “중국에 의존할 필요성이 낮아진 만큼 경제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