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형제기업' 오포와 비보는 어떻게 화웨이와 샤오미의 양강체제를 무너뜨리고 선두로 부상했을까?
중국 BBK그룹이 스마트폰을 ‘오포’와 ‘비보’ ‘원플러스’로 차별화해 브랜드전략을 강화하며 중국에서 완전한 독주체제를 갖출 가능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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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안용핑 BBK그룹 회장. |
그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화웨이는 15%로 3위에 그쳤다.
오포와 비보는 원플러스와 함께 중국 BBK그룹의 계열사로 사실상 같은 업체로 알려졌다. 두 업체는 중국 시장점유율의 3분의 1, 세계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3분기까지 오포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율이 83%, 비보의 증가율이 11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해외업체가 중국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며 점유율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포와 비보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수요를 빼앗고 있다.
오포는 4기가 램과 64기가 내장메모리,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1600만 화소 카메라 등 고가부품을 대거 적용했지만 가격은 40만 원대로 낮춘 ‘R9’의 흥행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오포의 R9는 중국에서 3개월 동안 700만대 이상 팔렸다.
비보는 6기가 램 등 최고성능 사양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과 비슷한 곡면 ‘엣지’ 디자인을 적용한 ‘X플레이5’로 프리미엄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60만 원 초반대부터 가격이 매겨져 있다.
BBK그룹은 오포를 대중적 브랜드로, 비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시장을 쪼개 공략해 빠르게 성장했다. 원플러스의 경우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오포와 비보는 화웨이와 샤오미의 약점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샤오미는 온라인판매에 집중하다 유통망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최근 판매급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화웨이는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다 내수시장의 수요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포와 비보의 경우 철저히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에 집중하며 일찍부터 유통점 확보에 주력하고 적극적 광고와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강화했다. 비보의 경우 한국의 배우 송중기씨를 스마트폰 모델로 세우기도 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포와 비보의 판매방식은 중국 소비자들에 저가형 스마트폰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고급제품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줬다”며 “이미 선두업체들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두안용핑 BBK그룹 회장은 1988년 중국의 전자공장에 취직한 뒤 전자오락기사업을 시작하며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5년 BBK(부부가오)를 설립했는데 2년 만에 중국 무선전화기 2위 업체로 성장했다.
BBK그룹의 자회사 오포는 2005년 MP3사업을, 2011년 스마트폰사업을 시작했고 비보 역시 2011년 스마트폰사업을 시작했다. 업계에서 신생업체로 꼽히지만 사실상 오랜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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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오포와 비보가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
중국업체와 가격경쟁에 맞대결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일한 장점으로 꼽혔던 브랜드 경쟁력마저 중국에 밀릴 경우 소비자에게 고가제품을 구매할 이유를 설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샤오미와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경쟁에 밀려 스마트폰사업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오포와 비보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효과로 수익을 본격적으로 낼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는 장기부진에 시달리며 스마트폰사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샤오미는 가전제품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는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오포와 비보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중국 점유율이 하락한 시기와 일치한다”며 “중국 현지 공략법에 완벽한 이해가 없다면 해외업체들이 다시 이들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