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이트 해커’ 이정훈(23)씨가 삼성SDS를 떠나 구글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 해커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원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대학을 중퇴하고 삼성SDS에 입사했는데 11월 미국의 구글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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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씨. |
이들은 미비한 보안시스템을 발견해 관리자에게 제보해 블랙 해커의 공격을 막거나 퇴치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이씨는 국내 화이트 해커 중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꼽힌다.
그는 20세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해킹 올림픽 ‘제21회 데프콘’에서 깜짝 3위를 차지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데 이어 작년에는 한국팀 ‘EDF KOR'를 이끌고 아시아팀으로는 첫 우승을 일궈냈다.
2015년 3월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해킹 대회에 홀로 참여해 1위에 오르며 해킹 대회 역사상 최대 상금(22만5천 달러,약 2억5천만 원)을 획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이씨는 이 대회에서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보안망을 혼자 다 뚫었는데 이는 이씨가 마음만 먹으면 현존하는 모든 스마트폰과 PC를 해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씨는 2015년 삼성SDS에 입사했는데 그의 역할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냉장고 등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든 전자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막는 일이었다.
당시 삼성 측은 “삼성의 보안 사업 자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라며 “우수한 천재 해커가 외국 기업으로 취업을 희망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이씨 스스로 삼성을 떠나는 것이다.
이씨는 구글로 이직과 관련해 “보안전문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삼성보다 구글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구글행은 화이트 해커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원인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화이트 해커들은 해커라고 하면 범죄자 취급을 당해 하는 일을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3대 해커’로 꼽히는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는 한국 기업 토양에서는 화이트 해커가 자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홍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은 뛰어난 해킹 실력만 있으면 기업이나 연구소에 우수인력으로 영입되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졸업장이나 자격증 등 이른바 '증'이 없으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업이 돼도 문제다. 홍 대표는 국내에서 화이트 해커에 대한 처우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업 보안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도 회사는 해커를 사회초년생으로 취급한다”며 “사고가 터지면 보안을 강조하다가도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투자를 미루는 일이 흔하다”고 꼬집었다.
시스템 보안은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해커들은 낮보다는 밤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조차도 잘 수용되지 않는다.
홍 대표는 “대기업에 있을 때 밤새워 일하고 아침에 지각해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기업에서는 보안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해커를 전문가로 대접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