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 KEB하나은행." 하나은행 대전영업부 건물 최상단에는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이렇게 쓰여 있다.
과거 충청은행을 인수해 지역 대표은행으로 자리잡은 하나은행의 자신감이 표현돼 있다.
하지만 최근 20여 년 만에 충청권 지방은행이 부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충청권 지방은행이 다시 생긴면 지역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하나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전·세종·충남지역에 모두 76개 지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은행(51개), 우리은행(43개) 신한은행(40개) 등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충북을 포함해도 하나은행 충청권 지점은 85개로 가장 많다.
하나은행은 전체 지점 가운데 13.4%가 충청권에 위치하고 있어 비율로도 압도적이다.
신한(7.9%), KB국민(7.5%), 우리(6.6%) 등 다른 은행들의 충청 지점 비율은 6~7%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은행이 충청권 기반이 탄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은행이 1998년 대전충남 기반 지방은행인 충청은행의 자산과 조직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하나은행은 대전충남지역에서 활발한 영업을 해왔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시금고 역할을 꾸준히 해왔고 2019년에는 대전시 프로축구단인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하는 등 지역공헌도가 작지 않았다.
하나은행 안에서도 다음 회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이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에 오르기 전까지 충청사업본부장(현 충청영업그룹)을 지냈을 만큼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충청권 지방은행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 충청은행의 주영업권이었던 충남지역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은행으로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17일 실·국·원장회의에서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충북은행 퇴출 후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없다”며 “내년에 범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단을 출범하고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공약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 지사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포석을 넣고 있다. 7월26일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지원단을 발족했고 8월11일에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모인 자리에서 지방은행 설립을 논의했다.
충청지역 민심도 반응을 보인다. 충청남도가 6월 충청권 4개 시도 주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8.4%가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31.4%)보다 많았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의 지역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떠오른다. 하나은행이 충청지역에서 다른 은행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8년만 해도 충청영업그룹이 하나은행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였으나 2020년에는 6.9%로 낮아졌다. 2021년 상반기에는 6.2%로 더 떨어졌다.
2019년에는 충남도 2금고 자리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20년 동안 충남도 2금고 역할을 했으나 KB국민은행에 밀려났다.
충청은행 인수 후 도맡아 왔던 대전시 1금고 자리 수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전시티즌 인수 등 대전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하나은행의 강점이 발휘될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10월 차기 금고 선정에 나서는데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 추진능력 비중이 줄고 대출 및 예금금리, 금고업무 관리능력 비중이 늘었다.
하나은행은 19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대전지역 재투자는 최우수, 충북은 양호 등급을 받았으나 충남세종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2020년 지역재투자 평가 때 충남세종과 충북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북지역 재투자 평가는 개선됐으나 충남세종은 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