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이어 AI와 로봇 공급망 장악 기도, 현대차 테슬라 대응책 부심

▲ 현대차그룹과 테슬라가 중국발 희토류 공급망 이슈에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인공지능(AI) 로봇 공급망 지배력까지 강화하고 있어 미국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테슬라는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 하는데 중국 공급망 문제에 직면해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1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인간형 2족 보행 로봇(휴머노이드)와 AI 공급망까지 장악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월23일(현지시각)  1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에 중국 공급망 문제를 겪는다고 직접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옵티머스 부품인 액추에이터(동력 변환기)에 중국산 희토류 영구자석이 필요해 수출통제 영향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영구자석은 이름 그대로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 없이도 자성을 잃지 않고 장기간 자기력을 유지하는 자석이다. 

이는 로봇이나 전기차 모터 등에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작은 크기로 만들려면 높은 자기적 특성을 지닌 희토류를 써야 한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4월4일 희토류 7종 및 희토류 자석에 수출 제한 명령을 내려 테슬라마저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2세대 모델부터 테슬라와 같은 전자식 액추에이터를 도입했다. 이에 중국발 수출 통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중국 업체가 희토류 자석을 수출하려면 상무부에 면허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최대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은 로봇 공급망에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로봇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외부 변수를 줄여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희토류 이슈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3월1일 열었던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는 희토류 없이 자석을 만들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소개했다. 

현대차그룹 또한 지난해 5월 설립한 자성재료 공동연구실에서 희토류를 대체하는 자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차 모두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일 자체 기술을 개발해 무역 분쟁 변수를 최소화하려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실 책임교수인 이우영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이메일 질문에 “비희토류 고성능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는 물론, 정밀하고 고효율 동작이 요구되는 로봇 분야에도 충분히 응용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 전기차 이어 AI와 로봇 공급망 장악 기도, 현대차 테슬라 대응책 부심

▲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험생한 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테슬라>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희토류 영구자석 대체 기술의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로봇뿐 아니라 전기차 가격 경쟁력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로봇을 도입한 공장 자동화로 자동차 등의 제조 원가를 절감해 세계 시장에서 앞선 가격 경쟁력을 선보인다면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에게 큰 위협이 된다.

실제 중국은 휴머노이드와 관련한 다른 부품 공급망에서도 확실한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로봇 손(덱스트러스 핸드)과 눈, 관절 등을 공급하는 글로벌 상장사 60곳 가운데 48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계속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면 미국에서 로봇 및 전기차를 제조하는 업체는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와 현대차그룹 모두 인건비를 낮추고 제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 동안 미국 내 미래 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63억 달러(약 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로봇에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완성차 기업도 유사한 행보를 가져가고 있다. 더구나 정부로부터 전폭 지원을 받으며 로봇을 빠르게 도입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생산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장면을 촬영해 제출하라고 주요 완성차 기업에게 지시했다. 

미국이나 한국 업체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공급망 장악력이 높은 중국 업체가 돋보이는 상황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과 거리를 두고 있어 미국에서 제조한 로봇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로봇 대형 공급사는 독일 셰플러, 스웨덴 SKF, 일본 화낙 등이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장벽을 높이면 미국으로 공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 업체는 공급망을 발판으로 휴머노이드 대당 제조 원가를 2030년까지 현재의 절반인 1만7천 달러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이른바 ‘관세 전쟁’이 중국 희토류 공급망 통제 강화 계기로 작용해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로봇을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희토류 공급 통제로 처음부터 양산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