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파생결합펀드 손실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데 이번 제재심의위에서 금감원의 중징계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금감원 1층은 이른 아침부터 은행 관계자들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를 일으킨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두고 제재대상에 오른 함 부회장 등 금융사 CEO의 참석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 부회장은 말 한 마디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하듯 기자들을 만나지 않고 금감원 제재심의위에 참석했다.
이날 열린 제재심의위 결과는 함 부회장 개인뿐 아니라 KEB하나은행, 하나금융지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함 부회장이 금감원에서 사전통지한 대로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 동안 금융사 임원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볼 수 없다.
함 부회장은 2021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함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등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7년 KEB하나은행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을 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는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을 두고 “내가 행장으로서 스스로 모든 일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하나금융지주를 대표했다.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두고 함 부회장에 견줄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하나금융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그런 만큼 함 부회장과 KEB하나은행은 이날 제재심에서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융사 CEO를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5조는 준법감시인을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내부통제 책임을 CEO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 계류돼 있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CEO의 징계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을 근거로 함 부회장을 두고 해임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는 법규상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경우’, ‘금융거래자 등에게 중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KEB하나은행은 제재심의위를 하루 앞두고 금감원 기준을 수용해 배상률을 결정하는 등 사후적으로나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5일 파생결합펀드 배상위원회를 열고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손해배상기준(안)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고객에 따라 40%, 55%, 65% 등의 배상률을 적용하기로 심의·의결했다.
함 부회장의 징계 수위는 한 번의 제재심의위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은 이날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30일 한 번 더 제재심의위를 연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제재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