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텍이 삼성전자의 그래픽용 D램 'GDDR7'에 반도체 회로기판을 대량 공급하며, 2025년 하반기부터 실적 반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차기 중국용 인공지능(AI) 칩에 GDDR7 D램을 공급하며 상당한 매출을 낼 것으로 보이는데, 심텍은 삼성전자 그래픽 D램 기판의 메인 공급사로, 하반기부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일 반도체 기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심텍이 삼성전자에 기판 공급을 늘리며 2년 연속 이어진 적자 행진을 끊고,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심텍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 반도체 회로기판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2024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매출 비중이 각각 34%, 21%, 14.6%에 달해, 3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의 70%가량을 올리고 있다
2022년 매출 1조6975억 원, 영업이익 3523억 원의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2023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 악화와 경쟁사 시장 진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심텍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881억 원과 4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심텍은 2025년 1분기에도 영업손실 16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심텍이 2분기부터 상승세를 타며 2025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심텍이 2분기 20억 원, 3분기 110억 원, 4분기 19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올해 총 1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DB증권 역시 심텍이 2025년 총 19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심텍의 실적 상승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심텍은 삼성전자 GDDR7 D램의 메인 기판 공급사인데, 삼성전자는 하반기 엔비디아의 차기 중국용 AI 칩에 GDDR7을 대량으로 공급할 것으로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로 이달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차기 중국용 AI 칩 ‘B40’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닌 GDDR7 D램을 탑재하기로 했다.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엔비디아 B40에 사용되는 GDDR7 매출 기여로 2025년 하반기 삼성전자 D램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는 현재 이 제품의 유일한 공급업체”라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구체적으로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B40을 100만 대 이상 판매할 것이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GDDR7 공급으로 10억 달러(약 1조36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2025년 GDDR7 D램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최대 7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GDDR7 가격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텍은 삼성전자에 GDDR7용 기판을 공급하며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 김영구 심텍 대표이사가 2023년 2월1일 충북도청에서 시스템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대규모 증설 투자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도청>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보급 확대와 신규 애플리케이션 증가로 GDDR6와 GDDR7 매출 증가가 확실시 된다”며 “심텍은 GDDR 기판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시장 지배력과 전문성을 보유, 산업 성장에 따른 직접적 낙수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와 AI 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AMD 역시 차세대 중국용 AI 칩에 삼성전자 GDDR7을 탑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부터 파운드리까지 AMD와 협력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AMD는 중국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에서 앞서가는 삼성전자의 GDDR7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MD까지 삼성전자의 GDDR7 탑재를 결정한다면, 심텍의 수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구 심텍 대표이사는 주요 수익처인 메모리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경쟁사들의 시장 진출이 늘어나며 경쟁이 심화되자,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심텍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모듈의 컨트롤러 칩,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되는 시스템인패키지(SiP), 고부가가치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기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심텍은 가장 대표적 성공 케이스로 분류되고 있으며, 비메모리용 실적 향상과 애플리케이션 확대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