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마지막 보루로 꼽히던 18A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왔다. 인텔 18A 공정 연구개발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와 TSMC가 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2나노 공정으로 대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텔은 사실상 경쟁에서 이탈하며 차기 공정에서 기회를 노리는 셈이다.
로이터는 2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립부 탄 인텔 CEO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값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큰 변화를 추진할 계획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립부 탄 CEO는 인텔 18A 공정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차세대 14A 공정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그동안 18A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막대한 금액을 들였지만 이를 외부 고객사에 제공하지 않고 손실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로이터는 인텔이 이런 방식으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인텔은 연내 출시를 앞둔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레이크’ 시리즈에 18A 공정을 활용할 계획을 두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소량 공급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수준의 실적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립부 탄 CEO는 인텔이 14A 공정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다면 반도체 파운드리 부동의 1위 기업인 TSMC에 기술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A 공정은 이미 TSMC와 2나노 반도체 수주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인텔 18A 공정이 실제로는 TSMC가 2022년 생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일부 전문가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TSMC가 연내 양산을 계획중인 2나노 공정은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해 순차적으로 위탁생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기술을 상용화해 고객사 물량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인텔이 이런 상황에서 18A 공정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주 실적을 거두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사업 전략을 대폭 변경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인텔은 현재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확보하기 위해 14A 공정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3월 취임한 립부 탄 CEO는 이미 인텔 이사회와 18A 미세공정 고객사 영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인텔 이사회는 18A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이미 막대한 금액을 들인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인텔이 14A 공정을 적기에 상용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18A 공정으로 외부 고객사 수주에 주력하는 기존 계획을 유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수 년에 걸쳐 무리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며 위기에 놓였다.
파운드리 사업을 완전히 매각하거나 다른 기업의 투자를 받아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도 한동안 거론되어 왔다.
인텔은 로이터에 성명을 내고 “립부 탄 CEO와 경영진은 반도체 로드맵을 강화하고 고객사 신뢰를 얻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집중해야 하는 분야를 선정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