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을 위한 최종 관문으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만을 남겨두고 있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관련한 금감원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임기가 남은 우리은행장을 내려놓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 지주사 회장 연임의 묘수가 될지 주목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내년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한 것을 두고 손 회장의 결심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주사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지만 손 회장의 동의 없이는 내년 연말까지 임기가 남은 우리은행장을 내려놓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면 이는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 수습에 진정성을 보이려는 뜻일 수 있다.
손 회장은 금감원 제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내년 3월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한 뒤 은행장 겸직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니고 있던 권한의 큰 부분을 먼저 내려놓는 것은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감을 보여 금감원의 제재 수위를 낮출 명분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손 회장의 제재 수위로 문책 경고를 정하고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 경고는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과 함께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의 제재 수위가 문책 경고로 확정된다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정과 관계 없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30일 손 회장을 다음 회장후보로 단독 추천하고 우리은행장은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내려놓고 회장 연임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한 만큼 금감원도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여전히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17.25%)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의 동의 아래 이뤄졌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를 결정하는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는 예금보험공사를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없다. 하지만 최대주주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완전히 배제하고 이런 중대한 결정을 과점주주끼리 내리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인 은행장을 제재해야 한다는 뜻을 꾸준히 보여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이번에 내놓은 결정이 정부의 뜻이 일부 담긴 것이라면 제재를 원안대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금감원의 제재 의지에도 손 회장을 다음 지주사 회장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강수를 두면서도 한편으로 손 회장의 우리은행장 포기를 통해 타협점을 제시하는 모양새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가 내민 패를 보며 고심할 수 밖에 없다”며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내려놓음으로써 금감원이 손 회장의 징계를 원안대로 밀어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