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김용범, 금감원 상대로 금융위 권위 세우기 총대 메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1807/20180713145519_87635.jpg)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요청이나 의뢰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명령을 '하달'했다.
표정과 어투는 단호하고 결연했다.
개인적 흥분에 즉흥적 말들을 뱉어낸 것이 아니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를 끝내고 금융위원회를 대표해서 작심하고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까지 나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회계처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안을 고집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에게 공식적으로 면박을 줬다.
김 부위원장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브리핑에서 금감원이 증권선물위의 수정안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증권선물위가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심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책임을 금감원에 물었다.
금감원의 원안대로 심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에 새 감리를 요구한 것은 엄정한 명령”이라고 말해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금감원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선물위의 수정안 제출 요청을 거절하는 것뿐 아니라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 금융위의 뜻과 다른 방안들을 담은 상황에서 금융위의 ‘2인자’로서 일침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김 부위원장이 최전선으로 나온 셈이다.
김 부위원장은 196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광주 대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0회를 합격한 뒤 1987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 시작했다. 2010년 금융위로 자리를 옮겨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거친 금융관료다.
금융위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울 뿐 아니라 금감원의 내부사정도 잘 알고 있어 두 기관의 협력을 원만히 조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부위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증권선물위를 이끌며 금융감독원이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새삼 느꼈다”며 “사건마다 큰 도움을 받아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김 부위원장조차 금감원에 직격탄을 날리며 최근 금감원의 독자적 행보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만큼 금감원이 받는 압박감도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금융위의 법적 권한을 들어 ‘명령’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위의 요구를 다시 거부한다면 사실상 ‘항명’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증권선물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재감리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금감원이 재감리를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확실한 만큼 사태의 추이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적정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금감원이 이런 내용을 재감리 과정에 담지 않고 다른 형태의 카드를 내민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