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비주력 사업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사업체질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자금 확보에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비주력사업 매각 더뎌, 신학철 사업체질 개선 위한 자금 마련 난항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업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LG화학이 추진하는 워터솔루션 사업부의 매각 작업이 노조와 지역사회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부의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워터솔루션 사업부에선 해수담수화, 산업용 폐수 정화 등에 쓰이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제조한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고용 불안, 노동조건 후퇴 가능성 등을 들어 매각 방침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워터솔루션 사업부가 위치한 충북 청주 지역사회에서도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청주시 흥덕구가 지역구인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전국화섬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청주지회 천막 농성장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천막 농성장에서 “LG화학이 지역 경제에 비중이 큰 기업인데 수익이 높은 사업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선 이후 LG화학 대표단을 만나 이 상황과 관련해 상세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충북도, 청주시 지자체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여수NCC 2공장 매각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의 자회사인 PIC(Pet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PIC가 여수NCC 2공장과 관련해 LG화학과 합작법인(JV) 설립까지 추진해 왔음에도 최근 중국 완화케미칼의 지분 25%를 매입하는 등 매각거래 진행에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PIC와 협상이 시장의 기대보다 장기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매각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비주력사업 매각 더뎌, 신학철 사업체질 개선 위한 자금 마련 난항

▲ LG화학은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에 대응해 유동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이 사업 재조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최근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화학이 LG그룹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만큼 LG화학의 위기는 LG그룹의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유동성 문제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신 부회장은 비주력 사업의 매각으로 유동성을 마련해 주력 사업의 체질 개선 등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비주력 사업의 매각과 함께 여수 사택 일부의 매각도 검토하는 등 LG화학이 보유한 자산 전반에 걸쳐 잔뜩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 부회장은 5월 들어서는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도 1조4천억 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2년 전 발행한 2조6천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 차환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읽힌다.

하지만 교환 대상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27일 종가 기준 27만2500원으로 2년 전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프리미엄, 이자율 등 이번 교환사채 발행 조건은 LG화학에 더욱 불리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 부회장으로서는 경영 상황 악화에 따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전략을 펼칠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신 부회장은 지난 3월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금흐름을 고려해 지난해 보다 투자 규모를 1조 원 이상 줄이겠다면서도 배터리용 양극재, 친환경바이오연료(HVO), 경구용 희귀비만 치료제 등 성장동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앞서 같은 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는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을 비롯해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주력 사업 매각이 녹록지 않으면서 신 부회장은 투자 재원으로 쓰일 자금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LG화학을 놓고 올해 신용등급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화학 제품 수요를 위축시켜 설비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석유화학 기업은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