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SMC가 네덜란드 ASML의 신형 하이NA EUV 장비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해당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면 기술 추격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하이NA EUV 장비 사진.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를 기회로 삼아 하이NA EUV 도입을 서두른다면 TSMC의 첨단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을 추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로이터는 28일 “TSMC는 여전히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의 하이NA 기술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활용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장샤오창 TSMC 수석부사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기술 심포지엄에서 향후 도입되는 A14(1.4나노) 공정에 해당 기술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TSMC A14 공정은 하이NA EUV가 없어도 매우 안정적”이라며 “연구개발 조직에서 현재 사용하는 장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EUV 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공정에 활용된다.
특히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에는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장비가 사실상 필수로 쓰이고 있다.
하이NA EUV는 ASML이 수 년 전에 선보인 신형 장비로 2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의 성능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장샤오창 부사장은 “TSMC 연구개발팀이 방법을 찾아낸다면 당연히 (하이NA EUV 장비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인텔은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도입을 가장 먼저 공식화한 파운드리 업체다.
이르면 하반기 양산을 앞둔 18A(1.8나노급)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새 기술이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하이NA 장비 활용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2나노 미만 공정에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첨단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만 유일하게 하이NA EUV 기술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TSMC가 신형 장비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이NA EUV 장비 가격은 1대당 4억 달러(약 5512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하이NA 장비를 반도체 생산에 도입할 때 금전적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장샤오창 부사장은 이전에도 하이NA EUV 장비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와 달리 ASML의 신형 장비 도입을 서두른다면 첨단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세공정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구형 EUV 장비를 고집하는 TSMC의 전략은 한계를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나 인텔이 TSMC보다 먼저 하이NA EUV 장비를 활용해 성능이 더 뛰어나고 생산 효율성도 높은 파운드리 기술 확보에 성공한다면 경쟁 판도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TSMC가 전 세계 고객사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주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추격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진을 겪으며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만큼 고가의 하이NA EUV 장비를 사들이는 데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가 반도체 대량생산에 하이NA 장비 도입을 시험하는 시점은 2026~2027년 안팎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