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을 경찰의 포토라인 앞에 서게 만들었을까?   

이 이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딸로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다.
 
[오늘Who] 이명희, 통제받지 않은 '대한항공 권력'의 추락

▲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2009년부터 일우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일우재단은 문화예술 진흥사업 등을 주로 하는 한진그룹 공익법인이다.

이 이사장은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과 가사도우미, 수행기사 등에 갑횡포를 부려 폭행 등을 저지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불려나왔다. 

대기업 총수의 부인 가운데 최초로, 그것도 폭행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폭행이나 업무방해 말고도 상해나 특수폭행, 상습폭행 등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 이사장이 받아야 하는 조사는 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밀수나 비자금 조성 등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온 의혹들을 놓고 앞으로 관세청 등 정부 수사기관으로부터 더욱 많은 조사 등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이사장이 한진그룹 안에서 공식적 직책은 명예직이나 다름없는 일우재단 이사장 외에 없다. 국내 재벌가 '사모님'이 대개 미술관 관장이나 사회공헌재단의 명예직에 이름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주어진 권한 이상인 것은 물론 상식적 수준을 훨씬 넘는 전횡을 휘둘러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 이사장은 대한항공 직원들에 ‘미세스와이(Mrs.Y)’나 ‘미세스디디와이(Mrs.DDY)’ 등 코드로 불렸다. 이 이사장이 한진그룹 안에서 호텔 인테리어, 객실 서비스 등 경영에 수시로 관여했다는 한진그룹 전직 임원의 폭로도 나왔다.

일개 가정이라면 아내가 도를 넘는 전횡을 일삼는 데 가장의 무능이나 무관심 탓일 가능성이 크다. 일차적으로 조양호 회장이 부인의 잘못을 아예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문제 삼지 않았거나 무관심했을 소지가 있다. 

나아가 조양호 회장 일가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을 전근대적 사고에 기반해 '왕조'처럼 경영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과 이 이사장의 결혼 이후 급성장한 것으로 보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점도 이 이사장의 일탈을 제어할 수 없었던 한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교통부는 당시 항공정책을 총괄했던 부서로 현재 국토교통부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정부와 혼맥으로 얽혀 정경유착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대한항공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통제를 받지 않고 오너일가 ‘왕국’을 만들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졌는데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한진그룹으로부터 소송 일감을 받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유례없는 오너 리스크에도 요지부동이다.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뒤로 소집되지 않고 있다.

노조도 이 이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지 못했다.

대한항공에는 일반직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 조종사노조인 조종사노동조합과 조종사새노동조합 등 3개 노조가 있다.

특히 대한항공노동조합은 간선제로 대의원 추천을 받아 노조위원장을 선출한다. 회사를 견제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의원이 되고 이들이 다시 위원장을 뽑는 만큼 오너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스스로 통제 수단이 되어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25일 서울 종로구의 보신각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공식 출범하고 앞으로 정부 수사기관 업무에 협조하거나 직종별 비리를 수집해 고발하는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통제 받지 않은' 권력의 추락을 재벌가에서도 드물게 보인 셈인데 아직은 결말을 알기 어려워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