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서 기업과 기업인들을 여럿 들며 방어논리를 펼쳤다.
그는 정치와 경제의 올바른 관계를 세우기 위해 힘썼다고 강조했는데 득실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모두발언에서 다스 설립을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양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리는 것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정세영 회장이 부품 국산화 차원에서 괜찮다고 했다”며 “
정주영 회장도 양해를 했다고 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공소사실을 놓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한 노력과 기업과 관계를 해명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동시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전쟁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며 “일용노동자로 일하던 제 소원은 월급받는 직업을 얻는 것으로 중소기업에 들어가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시작하며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 전경련을 찾아가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정부와 기업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마음을 실천하기 위한 다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인들과 수도 없이 회의했어도 개별 사안을 놓고 단독으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청와대 출입기록을 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과 불법적 관계가 드러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 복원할 때 대기업 건설회사가 수없이 많이 참여했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불법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며 “제2롯데월드도 시끄러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뇌물 의혹과 관련해서는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억울함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
이건희 회장 사면은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며 “이런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이 유치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학생운동과 대기업 CEO 등 민주화와 산업화 양쪽에 기여한 이력을 주지시키듯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계와 재계의 가교로서 역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 이뤄내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지만 오랫동안 산업화, 민주화 세력 간의 갈등과 분열이 있어 왔다”며 “이제 그런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영
정주영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 등 이 대통령이 실명을 거론한 재계 인사들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입증하거나 반박하기도 어렵다.
이 대통령이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포스코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부분을 놓고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점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