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을 벼리고 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통치가 시퍼런 시절 서울대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강골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오늘Who] 검사 윤석열, 이명박 겨냥해 법이라는 칼을 벼리다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윤 지검장은 14일로 예정된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13일 수사실무를 맡은 한동훈 3차장검사와 10층 1001호 조사실을 직접 둘러보며 조사실과 보안점검, 질문자료 등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도 이날 검찰이 적용할 혐의와 관련해 주장할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혐의별로 예상 신문사항을 뽑아 답변을 마련하며 검찰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수사가 본격화한 계기는 윤 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했던 국정원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이 전 대통령의 20여 가지 혐의 가운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의혹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핵심적 혐의로 꼽힌다. 

윤 지검장의 총지휘 아래에서 송경호 특수2부장이 뇌물 수수 의혹,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다스 의혹을 직접 조사해왔고 14일 송 부장과 신 부장이 번갈아가며 직접 신문한다.

윤 지검장은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BBK 관련한 의혹을 조사한 정호영 특검에 파견됐을 때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뒤 심기일전하며 칼을 갈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특검은 이 전 대통령과 2시간 동안 서울의 한정식집에서 꼬리곰탕을 먹은 것으로 대면조사를 마쳤고 의혹을 완전히 풀어내는 데 실패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호영 특검 이력이 있는 윤 지검장이 이번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윤 지검장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점을 20가지 이상 포착하고 그를 구속할 위기까지 몰아넣고 있다. 

윤 지검장이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관련 수사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내부에서 ‘강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에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윗선의 반대를 무릅쓰고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외압을 폭로한 뒤 지방으로 좌천됐다.

윤 지검장은 ‘관운이 다했다’거나 ‘사임을 종용하는 인사’라는 등의 말을 들으면서도 5년을 버텼다. 인고 끝에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80년대 초 서울대 재학시절 교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강원도로 잠적했다. 이후 사시를 9년 동안 번번이 낙방하다가 서른네 살에 늦깎이 검사가 됐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언행으로 검찰으로서 소명의식과 소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검사는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너무나 평이하지만 누구도 지키기 어려운 이 원칙 앞에 윤 지검장은 서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