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금강산 길 열리나, 현정은 가슴이 뜨겁다

▲ 2월1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남북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가슴이 뛸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상징과도 다름없지만 금강산 길이 막히면서 명맥만 겨우 남았다.

현 회장이 대북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현대그룹의 침체한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은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찾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북사업을 관장하던 현대아산이 주목받는다. 이런 분위기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연결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정은 회장이 2월 통일부의 초청을 받아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한 것도 업계는 긍정적 신호로 파악한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위한 사명감을 더욱 단단히 확립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아산은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뒤 10년 동안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로 1조5천억 원을 넘는 매출 손실을 봤고 1천 명을 넘던 임직원도 지금은 불과 150여 명만 남았다. 

현 회장이 대북사업에 두는 의미는 각별하다. 2003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대북사업에 끈질긴 의지를 보여왔다. “금강산 관광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대북사업은 고향이 이북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다. 1998년 소 1001마리와 함께 직접 북한을 찾고는 이듬해 현대아산을 세워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3년 현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불법 대북송금에 연루돼 투신을 하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정 명예회장의 유지인 데다 정몽헌 회장이 끝까지 지켜낸 사업인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는다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현 회장은 지금 반전의 카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현대그룹은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가 홀로 지탱하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친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배기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등을 모두 잃었다. 한때 재계 1위까지도 올랐지만 이제 자산규모 2조 원 수준의 중견그룹 신세가 됐다.

유일한 기둥인 현대엘리베이터마저 최근 글로법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진출면서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지난해도 매출은 늘었지만 수주 경쟁 심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올해 초에는 현대상선이 현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현 회장이 매각 당시 모든 임직원에게 삼계탕을 보내고 “이별이 아직도 와 닿지 않는다”는 편지까지 썼을 정도로 아꼈던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재개는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0년 동안 이런 저런 기회가 꽤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은 유엔 대북제제 결의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아직은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