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김 전무가 주도해온 한화큐셀의 태양광사업이 미국의 통상압박에 직면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태양광모듈 등을 상대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화큐셀이 비상체제에 들어섰다.
태양광사업의 성과는 김동관 전무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 전무는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때부터 태양광에 힘을 쏟아왔다. 한화그룹에서 "태양광사업은 곧 김동관"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김 전무는 5년째 손실을 내던 한화큐셀을 2015년 흑자로 돌려세우는 데 한몫을 하면서 이미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김승연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됐다. 그런 점에서 아직 별다른 위기에 맞닥뜨린 경험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압박은 김 전무게 직면한 최초의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무는 차장으로 입사해 5년 만에 지금 위치까지 올랐다”며 “김 전무가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 경영권 승계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만장일치로 수입 태양광전지에 관한 세이프가드 필요성을 인정했다. 태양광모듈의 수입증가가 미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이 8월 미국법인 실무진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공청회에 파견해 한국산 태양광전지는 미국산이 아닌 다른 수입산과 경쟁관계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애를 썼지만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물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판정이 바로 세이프가드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판정을 토대로 위원회가 11월13일까지 권고문을 제출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청문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한화큐셀의 지역별 매출비중을 보면 미국 의존도가 높다. 유럽이 비중 10%를 채 넘지 않고 국내 역시 5~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미국이 차지하는 크기는 35%에 이른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면 미국정부는 수입을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해 무역압박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 태양광모듈 수입을 전면금지할 경우 한화큐셀이 내년 보게 될 손실은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8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증권가는 바라본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세이프가드와 별개로 미국 태양광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무는 매출 다각화를 통해 미국 의존을 낮추려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월 독일 판매망을 점검하고 태양광 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시장규모에 비해 매출비중이 낮은 유럽에서 현장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현재로선 관세수준 등 시나리오가 다양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11월 권고안이 나온 이후에 구체적인 대응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더라도 관세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경우 별다른 사업전략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