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의 도박, 샤오미 자체 AP 스마트폰 성공할까  
▲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자체개발 AP '서지S1'을 공개했다.

중국 샤오미가 자체 AP(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곧 내놓는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를 잘 만나야 성공할 수 있나는 것이다.

레이쥔 회장은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후발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샤오미도 자체 AP를 확보해 이미 자체 AP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을 내놓는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의 대세를 따라야 한다고 본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샤오미가 최근 자체 AP ‘파인콘’ 개발에 성공해 이르면 3월 안에 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서지S1’을 출시한다.

자체 AP를 장착하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부품원가를 낮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샤오미는 자체 AP로 이런 효과에 기반한 수익성 확보뿐 아니라 후발주자들이 쉽게 추격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진입장벽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스마트폰업체들 가운데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만이 자체적으로 AP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AP 개발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레이쥔 회장은 자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해 “스마트폰업체가 자체 반도체를 확보한다는 것은 최고의 업적”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최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그동안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 모방으로 성장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좋은 부분을 모방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출시해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에서 오포와 비보 등이 샤오미 스마트폰 이상 가는 스마트폰을 더욱 저렴하게 출시하면서 샤오미도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각각 11.6%, 10.2%의 점유율을 차지해 샤오미(9.5%)를 앞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쥔 회장은 자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후발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레이쥔 회장은 경영에서 ‘수’와 ‘흐름’을 중요하게 여긴다. 취미도 수와 흐름이 중요한 바둑과 스키일 정도다. 특히 대세를 따른다는 의미인 ‘순세이위(順勢而為)’를 평소 강조한다.

레이쥔 히장이 자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든 것도 이런 경영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들의 사양이 엇비슷해지면서 샤오미 만의 차별점이 불분명해졌고 샤오미의 혁신적인 이미지도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선두 스마트폰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자체 AP를 전면에 내세워 샤오미의 이미지를 다시 높이려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스마트폰업체는 자체 AP를 보유하고 있는 대세론에 샤오미를 맡기기로 한 셈이다.

그러나 레이쥔 회장의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는 샤오미의 자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성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자체 AP의 성능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샤오미의 혁신이 모래 위의 성이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결과만 낳게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