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커머스 생존에 몰두해도 쿠팡만 잘 나가, 김범석 두 자릿수 점유율 가나

▲ 쿠팡이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가 쿠팡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쿠팡과 경쟁하던 플랫폼들이 모두 각자의 사정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존 전략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항상 쿠팡의 점유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경쟁 플랫폼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김 의장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이커머스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수 년 전부터 ‘경영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해온 이른바 ‘허리띠 졸라매기’ 전략이 최근 들어 더 강해지고 있다.
 
토종 이커머스 생존에 몰두해도 쿠팡만 잘 나가, 김범석 두 자릿수 점유율 가나

▲ 쿠팡과 경쟁했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각자 생존에 사활을 걸면서 쿠팡에게 기회가 오고 있다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롯데온은 최근 근속 3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감원을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온이 출범 첫 해인 2020년부터 최근까지 낸 누적 영업손실은 5천억 원이 넘는다.

11번가도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고정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옥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9월 본사를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한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CJ그룹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SSG닷컴이 자체적으로 물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설립했던 물류센터와 관련해 CJ대한통운에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군살을 빼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이 모두 생존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성과를 낼 수 있는 틈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들은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쿠팡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통적 유통 강자로 꼽힌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모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쿠팡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았다.

롯데그룹이 조 단위 돈을 들여 만든 롯데온에는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라는 평가가 따라나왔으며 신세계그룹이 약 3조5천억 원에 인수한 G마켓 역시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쿠팡이 좀처럼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해마다 조 단위 적자를 내는 플랫폼이라면 한 번쯤 역량을 다해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각 플랫폼들에게 있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꾸준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만 6천억 원이 넘는다.

쿠팡은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만 140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반면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은 혹독한 시절과 마주했다. 고금리는 이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작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결국 이들은 사세 확장을 접고 내실 다지기 전략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각 플랫폼들이 생존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쿠팡에게 기회였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를 보면 쿠팡은 2021년만 하더라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4.3%가량을 보였다. 이는 2022년 4.8%, 2023년 5.0%로 늘어났고 1분기 기준으로는 6.0%까지 상승했다.

경쟁 플랫폼들이 비용 절감과 조직 슬림화에 사활을 걸면서 생긴 공백을 쿠팡이 빠르게 비집고 들어갔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각 플랫폼들이 당분간 생존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전략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쿠팡에게는 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본진이라고 볼 수 있는 이마트의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롯데온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플랫폼 전략을 새로 짠 지 오래다.
 
토종 이커머스 생존에 몰두해도 쿠팡만 잘 나가, 김범석 두 자릿수 점유율 가나

▲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쿠팡 본사. <연합뉴스>


쿠팡과 경쟁했던 11번가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도 모두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쿠팡은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충분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재투자를 확대할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쿠팡의 성장 속도는 이미 다른 플랫폼들을 압도하고 있다.

1분기 쿠팡의 매출 성장률은 본업인 제품커머스부문(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에서 15%를 보였다. 고정 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20%인데 이는 1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 성장률인 10.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경쟁 플랫폼들의 생존 전략 추진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각 플랫폼의 성장 속도는 둔화하는 반면 쿠팡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쿠팡이 조만간 유통시장 점유율 10%의 벽을 넘기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늘 실적발표 때마다 컨퍼런스콜에 나와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한 바 있다.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