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환 NH농협카드 사장이 ‘NH올원시럽카드’의 신규발급을 출시 6개월 만에 중단했다.

NH올원시럽카드는 NH농협카드가 4월 출시한 카드인데 사용금액의 최대 5%에 이르는 금액을 사실상 현찰처럼 쓸 수 있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왔다.

 
  신응환, '카드 끝판왕' NH농협시럽카드 발급 중단한 까닭  
▲ 신응환 NH농협카드 사장.
NH농협카드 관계자는 12일 “NH올원시럽카드 판매가 10월17일부터 중단된다”며 “당초 예상치보다 적자폭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신규발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월14일 신청분까지만 발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NH올원시럽카드는 NH농협카드와 SK플래닛이 손잡고 올해 4월18일 출시했다.

NH농협카드는 카드가입자를 늘리려 했고 SK플래닛은 간편결제인 ‘시럽’의 확대를 원해 이해관계가 맞았다.

신응환 사장은 “SK플래닛과 업무제휴로 빅데이터와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NH올원시럽카드는 엄청난 혜택을 제공했다.

매달 사용실적 20만 원 당 1만 원에 해당하는 모바일 상품권을 최대 10만 원까지 줬다. 시럽페이 가맹점이 3만여 개나 돼 사실상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대중교통 이용료도 5%를 깎아줬으며 해외이용대금의 5%도 청구 때 할인해 줬다.

이런 혜택을 앞세워 NH올원시럽카드는 가입자가 급증했다. 신용카드 '끝판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출시 6개월 만에 신용카드 11만좌, 체크카드 18만좌가 발급됐다.

NH올원시럽카드 덕분에 신응환 사장이 지난해 3월 출시한 NH올원카드 시리즈의 총 가입자도 올해 5월25일 100만좌를 넘어섰다.

그러나 내부에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 카드사용 수수료가 평균 2%대인 상황에서 최대 5%의 현금성 혜택을 돌려주면 사실상 손해를 보는 장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NH농협카드는 기존 5만 원짜리 상품권 교환쿠폰을 주다 5천원, 1만 원 권으로 잘게 쪼개 지급하고 중복사용을 막기도 했는데 이를 놓고 ‘꼼수’라는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빗발쳐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상품은 약관상 카드이용 시 제공되는 포인트 및 할인혜택 등의 부가서비스를 카드 신규출시 이후 3년 이상 축소나 폐지없이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응환, '카드 끝판왕' NH농협시럽카드 발급 중단한 까닭  
▲ 신응환 NH농협카드 사장(오른쪽)과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은 2016년4월6일 NH올원 시럽카드 출시 및 신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NH농협카드는 결국 늘어나는 적자폭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NH올원시럽카드 신규발급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당초 상품권을 지급할 경우 예상했던 재고량이 있었다”며 “지급된 상품권이 예상과 다르게 대부분 실제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신 사장이 외부출신으로 NH농협카드 사장을 맡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리수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 재무팀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거쳐 삼성카드 부사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신 사장은 2014년 1월 손경익 전 사장이 NH농협카드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따라 물러난 뒤 그해 3월 구원투수로 NH농협카드에 영입됐다.

그는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는데 NH농협카드가 지난해 총이용액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10.5%를 기록하며 현대카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선 공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 사장이 외부출신이다 보니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농협금융에서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NH농협카드 관계자는 “NH올원시럽카드는 NH올원카드시리즈의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출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신규발급 중단도 기존 고객들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