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꿈의 배터리'로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쓰이는 액체가 아닌 고체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주행거리를 2배가량 늘릴 수 있고 화재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상용화된다면 전기차 배터리의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가열, SK온 신기술 들고 토요타 삼성SDI 추격

▲ SK온이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 사진은 SK온이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공개한 고분자복합계 전고체배터리 개발품의 모습. < SK온 >


이에 전 세계 주요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현재 가장 앞서가는 업체로는 일본 토요타와 한국의 삼성SDI가 꼽힌다. 

토요타와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은 글로벌 주요 배터리 관련 업체들 가운데 가장 빠르다. 두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기를 각각 2027~2028년, 2027년으로 잡았다.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목표 시점은 2028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삼성SDI에 개발 속도 면에서 뒤지던 SK온이 신무기를 들고나왔다. 전고체 배터리의 주류인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대신에 단국대 박희정 교수 연구팀과 함께 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출력과 충전 속도를 크게 높인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31일 SK온에 따르면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과 비교해 화학적 안정성이 높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리튬·란타넘·지르코늄·산소' 등 첨가 물질의 조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 냈다. 

SK온이 새로 개발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이전 제품보다 이온 전도도가 이론상 70% 개선된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출력이 커지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배터리 용량도 최대 25%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이온 전도도가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 데다 화재의 원인이 되는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덴드라이트는 음극재에 만들어지는 비정상적 나뭇가지 형태 결정을 말하는데 배터리 화재와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된다. 

SK온은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화학적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이온전도도까지 올려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로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하면 음극재를 흑연보다 고용량인 리튬 메탈로 대체해 출력 면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SK온은 기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단점도 극복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수분과 이산화탄소에 취약해 장시간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SK온이 개발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첨가물질의 미세구조를 균일하게 제어해 대기에 노출되더라도 우수한 안정성을 보인다.

SK온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자심감을 보였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에 개발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실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단계에 적용되려면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도 "경쟁사에 비해 양산 목표 시점은 다소 늦지만 더 뛰어난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을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가열, SK온 신기술 들고 토요타 삼성SDI 추격

▲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일본의 토요타와 한국의 삼성SDI가 가장 앞선 업체로 꼽히는데 SK온이 성능을 개선한 산화물계 고체 전고체를 개발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삼원계(NCM) 배터리와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지만 결국 미래 전기차 시장에선 전고체 배터리가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배터리업계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해질로 싼 액체 대신 비싼 금속을 사용하는 만큼 시장의 주류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액은 글로벌 기준 1kg에 9달러 수준인 반면 전고체배터리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주원료인 황화리튬은 1kg에 1500~2천 달러로 200배 넘게 비싸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에서 주행하는 전기차는 현재 250만 대 정도에서 2027년 1700만 대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표준화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영원히 시장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2020년대 후반으로 가면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