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상반기 순이익은 그 결과 13% 감소한 1조5390억 원이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 2조 원을 넘기지 못했고 3등 하나금융과의 격차는 5천억 원에 이르렀다.
우리금융이 빈약하다고 평가 받았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부족이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오랫동안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증권사와 보험사 같은 알짜 비은행 계열사가 없어 상대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은행 예대마진에서 비롯하는 이자이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이익을 보전하기가 힘들어 질 수 있는 셈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지주 2분기 지배순이익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는데 충당금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 손실 보전 비용 등이 발생했다”며 “경쟁사와 달리 비이자이익을 창출한 비은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요인"이라고 짚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도 “다른 금융지주도 2분기에 대손비용을 가파르게 늘렸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지속됐다”며 “보험과 트레이딩 손익으로 비이자이익이 개선돼 대손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었던 영향이다”고 분석했다.
▲ 최근 4대금융지주의 은행 순이익 비중 추이. 비은행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은행 의존도가 더 심화된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리딩금융’ 자리를 지킨 KB금융과 비교해 보면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KB금융은 상반기 국민은행이 1조8585억 원의 순이익을 낸 데 힘입어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은행뿐 아니라 KB손보(5252억)와 KB증권(2496억), KB라이프생명(2157억) 등 비은행 계열사도 선전했다.
우리금융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임종룡 회장부터가 올해 초 취임하면서부터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강조해 왔다.
임 회장은 당시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고 4월 실적 발표 때 직접 참여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금융뿐 아니라 OK금융그룹, 수협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나선 곳이 많아 인수경쟁이 붙으면서 증권사 몸값에 거품이 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금융도 현재로선 관망하는 모양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실적 발표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증권사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 적절한 증권사 매물은 없는 상태다”며 “증권사 인수합병은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신중론에 손을 들어주는 의견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진하락과 건전성 악화 등 은행업 기초가 정점을 통과해 향후 비은행 강화 전략은 필연적 수순이다”며 “다만 적당한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등 증권사 잠재 위험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