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꽉 막힌 금강산 관광사업을 풀어내기 위한 민간 메신저 역할을 할까?
23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찾아 북한의 과거 대남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독자적 관광정책을 펼칠 것을 지시한 이면에는 남한을 향해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 발언의) 행간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는 것은 ‘왜 약속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안 해주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금강산 방문 때 지난주 백두산 방문 때와 달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대동했다.
최선희 부상과 장금철 부장은 북한에서 각각 대미협상과 대남협상을 이끄는 이들인데 김 위원장이 최 부상과 장 부장을 대동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한국과 함께 미국을 동시에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최선희 부상을 대동한 것은 메시지를 한국만 아니라 미국에도 동시에 전한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북한이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이 메신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남측 시설들은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지닌 현대아산과 북한 측의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21주년을 맞는 11월 북한을 직접 방문해 구체적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회장은 2018년 11월18일 북한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찾았다.
금강산 관광 기념식은 매년 북한에서 열렸는데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2014년 이후 중단된 뒤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현대아산은 2월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금강산에 연 데 이어 11월 금강산 관광 21주년 기념식을 금강산에서 열 준비를 하다 이번 상황을 맞았다.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에도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되기 전인 2014년까지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 기념식을 열었다.
금강산 관광 기념식이 올해 역시 11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다면 어떤 식으로든 북측의 메시지 전달이 있을 수 있는 셈이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적 인물로 지난해만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는 등 민간기업 CEO로 남북경협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자주 해 왔다.
지난해 11월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식에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관광이 머지않아 재개될 것으로 생각한다. 북측도 빠른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며 북한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현 회장은 당시 북측으로부터 금강산뿐 아니라 내금강과 백두산 등 추가 관광상품 개발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과 함께 북한을 찾았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측이
현정은 회장한테 더 놀라운 카드를 제시했다”며 “내금강도 가져가고 백두산도 가져가라고 제안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니 북한이 약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은 23일 보도된 '금강산에서 남측 시설을 걷어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대아산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