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의 반도체사업에 투자를 약속했던 금액을 훌쩍 넘겨 더 공격적 수준의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SK하이닉스가 M15와 M16 반도체공장을 잇따라 신설했고 수도권의 새 반도체공장 부지 확보에도 숨통이 트인 만큼 시설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19일 주요 경영진과 함께 경기 이천시의 M16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다.
최 회장이 10월 열린 청주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반도체 생태계 확대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뒤 약 2개월만이다.
M16 공장 건설은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계획에 포함되는 만큼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경영진에 미래 투자 계획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2015년 SK하이닉스의 이천 M14 공장 준공식에서 "2024년까지 모두 31조 원을 투자해 2곳의 공장을 더 짓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M15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M16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이런 약속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공장에 31조 원의 투자 약속을 뛰어넘는 규모의 새 투자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가 M15 공장에 20조 원을 투자하는 한편 M16 공장에는 EUV(극자외선) 장비 등 첨단 장비를 들여 고성능 D램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투자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개발에 성공한 96단 4D낸드 등 새 공정은 생산라인 투자에 드는 돈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시설 투자에 들이는 비용도 기술 발전에 맞춰 예상보다 더 증가할 공산이 크다.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수도권에 새 반도체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어 최 회장이 추가로 M17 공장 건설계획을 결단할 수도 있다.
정부는 18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중국의 추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조6천억 원 규모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은 SK하이닉스가 이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오던 계획인 만큼 정부가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추가 반도체공장 부지 확보를 지원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부의 반도체 특화단지와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의 새 반도체공장 증설도 조기에 추진된다면 최 회장이 약속했던 2024년까지 공장 2개와 31조 원의 투자는 공장 3개와 60조 원을 훌쩍 넘는 투자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이 최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그룹 차원의 핵심사업에 공격적 투자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는 만큼 새 공장 건설도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
최 회장은 3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3년 동안 80조 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49조 원을 반도체와 소재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외에 SK실트론의 웨이퍼공장, SK머티리얼즈의 특수가스공장 등 SK그룹의 반도체 관련된 계열사에서 추가 시설 투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계획하고 있는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의 공격적 투자 본능은 반도체 분야에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평소 반도체와 같은 핵심사업의 대규모 투자가 사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9일 열리는 이천 M16 반도체공장 기공식에서도 최 회장이 임직원들에 투자 확대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화를 당부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